앵커: 유엔은 북한이 코로나 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예방과 대응에 매우 취약하다며 긴급구호기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은 25일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간 미화 20억 달러를 신형 코로나 취약국가의 방역 활동에 지원하는 '신형 코로나 인도주의 대응책(Covid-19 Humanitarian Response Plan)'을 발표했습니다.
이 기금은 유엔 산하 기구 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등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이 나눠서 사용하게 됩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팬데믹 즉, 전염병 대유행 사태가 선포된 지 2주만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론 대응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 차원에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마크 로우콕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 사무처장은 이 기금이 많은 인도주의 지원 필요 국가들에 당장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우콕 사무처장: 오늘 발표된 대응책은 공동의 노력입니다. 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에 걸쳐 이미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줄 겁니다.
이날 유엔이 함께 공개한 '인도주의 대응책' 보고서는 북한을 포함해 의료시설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나 내전 상태에 있는 41개 국가에 대한 신형 코로나 방역 및 치료, 그리고 국제기구 직원 파견 등을 위해 이 기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주의 대응책'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가 3월 13일까지 북한 내 신형 코로나 확진자가 전무하다고 보고했지만 북한은 이미 의료물품과 의료시설, 식수와 위생용품 부족을 겪고 있어 바이러스 확산 대응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농촌 지역과 같이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북한 주민 900만 명이 기본적인 보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북한의 바이러스 검사나 입원치료 능력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1월 말부터 취한 국경봉쇄 조치로 신형 코로나 방역이나 검사에 필요한 구호물품은 물론 국제기구 직원들의 출입국까지 크게 제한되면서 신속한 대응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우려했습니다.
현재 북한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 인력은 필요 인원의 4분의 1 이하 수준이며, 물품도 제때 조달되지 못할 경우 올 2분기, 즉 6월 내 기존 물품이 모두 바닥날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습니다.
유엔은 보다 나은 신형 코로나 대응을 위해 북한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한편 보호 물품 및 기본 의약품 조달, 조기 검진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보건기구의 감염병 전문가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박사는 어린이들이 노인들보다는 신형 코로나에 강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반 케르크호베 박사: 신형 코로나에 감염된 어린이들은 성인, 특히 노인들보다는 경미한 증세를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 공통적이진 않은데 어떤 어린이들은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제까지 전 세계에서 2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할 취약 집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에 앞서 24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신형 코로나 대응을 위해 북한 등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바첼레트 대표는 북한, 이란, 쿠바 등 제재국들을 언급하며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방역 노력이 지연되면 우리 모두의 위험이 커진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실질적인 제재 면제조치를 취함으로써 필수 의약품 · 장비가 신속하고 원활히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들에게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취약 국민들의 필요와 권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25일 현재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