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싱가포르 미북 합의를 토대로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대화의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북한도 이를 환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18일 한국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미북 간 싱가포르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노력은 이전 정부에서 마련된 싱가포르 및 다른 합의 위에 구축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와 비슷하 내용을 보도한 적은 있지만 미 정부 관리가 공식적으로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3월 외교장관 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합의 계승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땐 대북정책을 검토 중으로, 한국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듣고 있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습니다.
이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앞두고 4월 1일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미 당국자는 싱가포르 합의가 유효하냐는 질문에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 연구원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익명의 미 당국자의 발언으로 싱가포르 합의 계승 가능성이 시사된 적은 있지만 캠벨 조정관이 직접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데 중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싱가포르 합의가 미북 정상이 서명한 최초이자 유일한 합의문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이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미북관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와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교환하는 합의로서 미북협상 재개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현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공화당 행정부가 이룬 합의문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양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엄 연구원은 북한 역시 이를 좋은 신호로서 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북한에 화해 제스처 즉 신호를 보내지 않고,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싱가포르 합의의 재확인은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싱가포르 합의 외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사항을 담은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이나 김정은 총비서가 2012년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의 동결을 약속한 2‧29 합의 역시 새 대북정책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 역시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협상은 대화를 통한 외교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2018년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합의했던 내용부터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미국 조지워싱턴대학(GWU)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들어서고, 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싱가포르 합의문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앤디 김 의원 :우리는 지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떠난 지점에서 정확히 미북대화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있는 게 무엇인가 입니다. 한미 양국이 협상 의제에 대해 확실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어떤 합의문을 토대로 하던 미북 간 서로 타협하고 절충하는 행동이 없다면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이 계속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기조를 이어가는 한 북한이 먼저 행동에 나서거나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미북 간 교착상태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