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올해 대선 전 김정은 다시 만나길 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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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응할 경우 대선에 앞서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부산대 로버트 켈리 정치외교학 교수는 미국 연구기관 ‘밀켄 인스티튜트’가 21일 북한을 주제로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켈리 교수 : 만약 당신이 트럼프 대통령인데 선거에서 밀리고 있다면 왜 다시 김정은 위원장을 안 만나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북회담에) 많은 걸 투자했습니다.

켈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비핵화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북 외교활동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이른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또 다른 미북 정상회담을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북한 측은 미국이 지난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원한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날 행사에 또 다른 전문가로 참석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의 존 박 코리아 프로젝트 국장(Director of the Korea Project)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 등 대선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북한은 다시 회담으로 돌아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국장은 그러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완성한 북한의 입장이 기존과 달라졌다며, 먼저 나서 회담을 추진하기 보다는 미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조치를 가지고 먼저 행동에 나서길 기다리며 미국의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 국장은 그러면서 대선 이후 북한이 미국을 먼저 움직이도록 만드는 협상력을 어떻게 다시 키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랫동안 북한을 취재해온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북한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외교를 지속하길 원한다는 가정 아래 새로운 대통령보다는 이미 여러 차례 회담을 통해 이해도를 높인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이어가는 게 훨씬 더 수월할 것이란 게 파이필드 기자의 설명입니다.

파이필드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미북회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기존 미국 대통령들과 다르기 때문이죠.

파이필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위 강경파들의 반대나 북한 인권을 문제삼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대로 정상회담을 진행시켰다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남아있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20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1월 미국 대선까지 미북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날 "북한이 의미를 찾지 못하는 미국과의 대화는 최소 미국 대선 때까지는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후에야 전망이 보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해 2월 이후 미국이 영구적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이를 증명해야 대화를 하는 조건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영국 셰필드 대학의 마르코 밀라니 박사는 지난 18일 외교 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은 11월 대선 결과를 주목하고 있으며, 그때까지는 별다른 행동 없이 조용히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코로나 19 대응과 대선 준비로 대선 전까지 북한 문제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