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이 북한과의 성공적인 비핵화 협상을 위해선 한일 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이 양국 간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James Schoff) 선임연구원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25일 기고문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거론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우선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와 최근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등 오랜 역사를 통해 한일 간 깊은 감정적 상처들이 남아있다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관료들이 한일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선임 연구원 : 애석하게도 트럼프 행정부 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고위 관료들은 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한국, 일본과 효과적으로 관여(engagement)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우선 한일 간 갈등이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된 만큼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장기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한미일 3자회담을 이끌어 동아시아 안보 문제나 군사훈련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논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특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열렸던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회의를 통해 북핵 문제와 같은 지역 외교 사안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고문을 함께 작성한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폴 이(Paul Lee) 연구원은 비핵화 협상에서 일본의 역할이 한국, 미국보다는 작지만 과거 6자회담 참가국이자 향후 외교관계 정상화, 핵시설 검증에 있어 주요국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비중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원 : 6자회담이나 90년대 협상을 보면, 일본은 한반도와 비핵화 문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일 관계가 잘 풀려야 비핵화와 같은 다른 사안들도 잘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연구원은 G20 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크게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한일 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추세를 봤을 때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는 겁니다.
앞서 한국 청와대는 25일 G20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한국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 일본 측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조이 야마모토(Joy Yamamoto)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한일 갈등 관계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양국 모두 주요 동맹국으로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어렵지만 양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