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보여주기식이며 북한 비핵화에는 아무런 성과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의 이른바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민주당 예비후보 상당수가 미북 정상회담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행사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맹공격하고 있습니다.
예비후보 지지율 상위권에 드는 조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상원의원은 모두 지난 6월 30일 비무장지대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회동에 대해 일제히 ‘사진찍기 행사’(Photo-op)일 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한국담당 국장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민주당 후보 상당수가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들이 당선되면 ‘북한의 선 핵포기 없이 대화도 없다’는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안보를 극도로 위험하게 만든다며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5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다시 문을 닫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와 협상,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북한에 미리 뭔가를 보여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이끌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 정권의 변화를 원하지는 않지만 더욱 강한 대북압박을 통한 ‘강화된 전략적 인내(Enhanced strategic patience)’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선 후보였던 론 폴(Ron Paul)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대북정책에 있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를 반대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대북 ‘매파’로 꼽히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보다도 더 강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폴 전 의원 : 현재 대북정책에 대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에 비해 훨씬 더 강한 매파입니다.
반면 민주당 대선후보 중 두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샌더스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등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5월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앉아 얘기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지난 2일 샌더스 의원의 선거운동 본부장 역시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샌더스 의원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확실히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샌더스 의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많은 외교정책에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지지한다면서 북한의 위협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외교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최근 미국 외교협회(CRF)가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북한의 일부 핵 폐기에 대한 부분적인 제재 완화에 합의할 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샌더스 의원은 ‘그럴 것’이라며 북한과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샌더스 의원이 실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단체들과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 사실 대북정책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 후보는 샌더스 의원입니다. 그는 한반도 평화 운동가나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원하는 단체들에 연락하는 등 이와 관련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엘리자베스 워렌 의원은 최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자비한 독재자’인 김정은 위원장과 러브레터, 즉 연서를 주고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옹호하는 원칙에 따른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5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렌 의원은 북한의 핵 군비확충을 저지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검증 가능한 합의와 북한 무기의 확산 금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말라 해리스 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위반하고 인권 범죄를 저지른 김정은 위원장을 감싸고 있다며 새로운 지도자의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지금보다 더 강한 대북제재 등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실시한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8월6일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이 33%로 크게 앞서고 있고, 샌더스 의원 19%, 워렌 의원 15%, 해리스 의원 9% 순으로 집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