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웨덴(스웨리예)의 한 연구기관은 현재 유럽국가들이 대북제재로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기존 유럽과 북한 간 외교적 관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웨덴 정부 산하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 소속 콜야 브록맨(Kolja Brockmann)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대북제재 이행과 대북 인도주의 지원 사이 취할 수 있는 균형적인 정책에 대한 기고문을 최근 이 연구소 웹사이트에 게재했습니다.
브록맨 연구원은 현재 유럽연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함께 자체적으로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지만 북한과의 미미한 경제 교역 규모 때문에 제재를 통해 한반도 외교정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매우 작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럽연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약 2억 100만 달러(1억 6천500만 유로)를 기록했던 북한과의 총 교역액은 2014년3천 900만 달러(3천200만 유로)로 급감한 후 점차 감소해 2019년 800만 달러(700만 유로)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 조건으로 원하는 경제제재 완화와 관련해 유럽연합이 이용할 수 있는 지렛대는 크지 않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브록맨 연구원은 그나마도 유럽연합과 북한이 이어오던 정치적 대화가 2015 년부터 중단되면서 이후 북핵협상, 특히 2018년과 2019년 여러 차례에 걸쳐 개최된 남북 ·미북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유럽국가, 특히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수교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스웨덴, 독일 등이 차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미북대화 재개에 외교적 가교 역할을 할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 당국자와 미국의 북한 관련 민간전문가 간 만남인 '트랙 1.5 대화'’가 북한의 요청으로 201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고, 이에 앞서 201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양국 간 접촉이 이뤄진 데 비추어 유럽국가들이 미북대화 재개의 주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 19, 즉 코로나비루스 사태의 장기화로 향후 북한의 경제 및 식량 안보 상황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럽연합이 인도주의 지원 차원의 접근을 통해 북한과 정치·외교적 관여를 시도할 수 있다고 브록맨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코로나 19 방역조치에 따른 국경봉쇄와 국내 이동제한, 국제사회 제재로 인한 금융 거래 차단 등의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국제기구와 지원단체들의 직원 교체, 현장 실사, 운영비 송금이 불가능해지면서 유럽의 많은 지원단체와 국제기구들이 현재 대북지원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NCNK) 국장 역시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북지원단체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거론했습니다.
워츠 국장 : 평양 주재 외교관들과 지원단체 직원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사업 현장 방문과 해외에서 북한으로 새로운 직원 파견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더해 금융 통로 차단으로 평양 주재 대사관과 유엔 기구들의 운영비는 바닥났습니다.
브록맨 연구원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에 따라 발생하는 어려움들로 인해 물품 공급, 운송, 금융 관련 업체들이 나서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록맨 연구원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현재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경제 제재와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해 유럽 기업과 금융기관, 지원단체들을 위해 마련한 지침서와 같이 대북제재 및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담은 지침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럽연합이 대북지원 단체, 관련 정부기관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 관련 새로운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개선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2018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국제개발협력지도총국(DG DEVCO)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지원단체, 유럽연합 관계자들과 대북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