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한 비핵화, 리비아식 해법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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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해도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 핵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북핵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월 29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핵을 먼저 포기하고 나중에 보상을 받는 리비아식 해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검증하는 절차의 복잡성과 오랜 시간 때문에 북한 비핵화 협상에 리비아식 해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코리 힌더스타인 전 미 에너지부 핵안보비확산정책 담당 선임조정관은 1일 카네기 재단이 워싱턴에서 개최한 북한 비핵화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의 경우 핵무기를 비롯,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 연구 및 생산시설 등을 포괄적으로 검증해야 하므로 리비아 핵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힌더스타인 전 조정관은 북한의 핵물질과 그 생산 및 연구시설에 대한 검증은 미국 등이 잘할 수 있지만 북한 핵무기 해체에 대한 검증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힌더스타인 조정관: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핵위협구상에 참가한 25개국이 지난2년동안 노력한 결과 한 개의 핵무기를 해체하고 검증하는 데 14단계가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간단하지 않은데 북한이 얼마나 협조할지 모릅니다.

그는 비핵화 검증에 대한 큰 오해가 있다며 검증은 한번의 행동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리학자로 핵군축 전문가인 리 빈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 역시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빈 연구원은 비핵화는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어려운 단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 리비아 해법은 북한 핵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빈 연구원: 가령, 북한의 폐연료봉을 처리하려면 우선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폐연료봉을 선박으로 제3의 장소로 보내 폐기해야 합니다. 이것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리비아 해법은 북핵 의 경우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아리엘 리비트 카네기재단 핵정책 선임연구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비핵화 과정의 경우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음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더 이상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17년이 걸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협조라며 가령, 그동안의 핵활동 기록을 제공해야 핵물질 등을 검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힌더스타인 전 조정관은 이를 위해 검증 시작 때부터 모든 검증과정을 시간대별로 세밀하게 준비해 만일 북한이 비협조적이면 처음에 합의한 협정문을 보여주며 준수하라고 하고 계속 비협조적이면 국제사회가 연합해 대응하는 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