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핵합의 탈퇴가 북핵 협상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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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가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불신을 크게 해 협상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북핵 문제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이란 핵합의는 이란 핵무기를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허구(fiction)라며 이 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 간 체결된 것으로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란 핵합의가 최악의 협정이라면 이란 핵폐기를 위한 수정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해오다 이날 전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가 곧 있을 미북 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핵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는 이미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북한에 불신을 더 키워 향후 미북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미국이 핵협상에서 합의했다가 나중에 탈퇴해버리면 어떤 나라가, 특히, 미국에 적대적인 어떤 나라가 미국과 합의를 하겠습니까?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로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 높아질 겁니다.

그는 북한이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해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진정한 합의를 한다면 미국의 약속 이행을 보장받기 위해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지역 안보체제를 구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7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는 미국의 신뢰(credibility)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은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는 것을 보며 미국이 협상에서 북한의 체제보장과 관련해 합의한 내용을 어떻게 보증(assurance) 할 수 있는지 의심하게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킹 전 특사: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후) 문제는 이제 미국은 어떤 종류의 보증(assurance)을 제공하면서 미북 협상에서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와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냐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결정은 북핵 문제와 별개의 것으로 북핵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미국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란 핵합의와 북핵은 다른 문제라며 북핵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은 이미 핵동결과 핵폐기를 합의했던 1994년 제네바 핵합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지키지 않았다며 그런 북한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걸 박사: 북한이 자신들도 우리와 합의한 핵합의를 지키지 않았으면서 우리가 이란 핵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습니까?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는 북핵 협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문제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 역시 전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에서 북한은 이를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자신이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