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과 7일 북한에서 가진 미북 고위급 회담은 미국과 북한이 북핵 해결방식을 두고 서로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미국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에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예상대로 미국이 요구하는 즉각적인 비핵화 조치, 즉 핵시설 신고와 검증, 비핵화 시간표 등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대신 북한은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등 상징적 조치들을 취하는 대가로 대북제재 완화, 한국전 종전선언 등 경제적, 정치적 혜택을 요구해 이번 회담에서 북핵 해결 방식을 두고 양국 간의 근본적인 차이가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핵폐기를 계속 주장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 트럼프 행정부는 신속하고 무조건적인 CVID를 계속 주장할 것인지 아니면 타협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북한에 경제, 정치적 혜택을 주면서 북한의 제한된 조치들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 제거는 그 가능성이 낮다며 핵실험 중단 연장, 핵물질 생산 중단, 장거리미사일 개발 중단 등 북한의 제한적인 조치들을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미국과 달리 북한은 미북관계 개선, 평화체제 정착을 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는 차이가 거듭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미 비핵화보다는 미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 우선 순위로 정해져 향후 미국의 어떤 관리도 대북 협상에서 비핵화를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시 선임연구원: 미국 행정부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여전히 우선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비핵화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한 순서를 받아들였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회담에서 미북 간 입장 차이가 확인됐지만 양측이 협상을 계속할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회담 직후 발표한 미국에 대한 비난 성명은 실망을 표출한 것이지 회담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것이 긍정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남북한 간의 신뢰구축 활동이 활발해지면 미국은 이를 기준으로 삼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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