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미사일방어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정한 발사체를 해상요격기로 격추하는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각 16일 오후 8시경 서태평양 콰질러 섬에 위치한 미국 탄도미사일 시험장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정한 발사체가 미 본토를 향해 발사됐습니다.
이를 포착한 미 군사위성은 비행경로, 속도 등 발사체 정보를 확인한 후 미국 콜로라도주 쉬라이버 공군기지에 위치한 미사일방어통합작전센터(MDIOC)로 보냈습니다.
미사일방어통합작전센터는 즉시, 하와이 북동쪽 해상에 있는 고성능 레이더와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Standard Missile-3(SM-3) Block IIA)을 구비한 미 해군 이지스(Aegis)함 존 핀(USS John Finn)호에 발사체 정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존 핀 이지스함에서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이 발사됐고 미사일은 진입단계에 들어선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정한 발사체에 접근해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존 힐(Jon Hill) 미사일방어처장은 이날 "이번 시험 성공으로 이지스함의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이 미국의 다층적미사일방어체계의 한 축으로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미 해군의 최신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인 'SM-3 Block IIA'는 최대 사정거리 2천200km, 최대 요격고도 1천km로 당초 중거리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목표지로 하강하는 진입단계에서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 의회는 2018회계연도 국방수권법(1680조항)에서 그 가능성 여부를 시험해볼 것을 규정했습니다.
이 조항은 미국 영토인 하와이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지 확인히기 위해 미국 미사일방어청이 2020년 12월 31일까지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SM-3 블록 2A)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가정한 발사체를 요격하는 시험(FTM-44)을 실시하라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사일방어청은 당초 지난 5월 이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돼 이번에 실시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Tom Karako) 미사일사업국장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시험 성공은 미 본토와 지역 내 미사일방어능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카라코 국장: 이번 시험성공으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갖게 된 것입니다. 첫번째 단계에서 알라스카에 배치된 지상기반 요격미사일로 맞설 수 있고 그게 실패하면 두번째 단계로 해상기반 요격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비행궤적을 추진단계(Boost), 비행단계(Midcourse), 진입단계(Terminal) 등으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지상, 해상배치 무기체계를 통해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다층적 미사일방어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비행단계에서 지상기반 외기권방어(GMD)체계에서 발사되는 지상요격기(GBI)로 요격하고 실패할 경우 해상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고고도해상요격미사일로 격추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안킷 판다(Ankit Panda)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시험 성공으로 북한은 더 많고, 더 향상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북한 측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