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대북 제재의 현장, 러시아를 가다①] 북한산 석탄이 사라진 나홋카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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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부터 러시아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동토의 땅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의 통로이자 수 많은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토의 땅 러시아 극동지역은 지속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 방송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실태를 집중 취재 오늘부터 나흘 간 네 차례에 걸쳐 방송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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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특별기획 ‘대북 제재의 현장, 러시아를 가다’ 오늘은 첫 순서로 ‘북한산 석탄이 사라진 나홋카 항구’ 편을 보내드립니다. 이상민 기자가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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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소리, 크레인 소리, 트럭 소리)

지난 11월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걸려 오후 늦게 도착한 나홋카 항은 석탄을 옮기는 화물열차와 트럭, 기중기 소리로 요란했습니다.

수킬로미터의 부두에는 대형 석탄더미들이 동산처럼 줄지어 있었습니다.

(와. 다 그냥 석탄이네요. 완전히 석탄항구네요. 네. 석탄 천지입니다)

화물선적 기중기들이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한움쿰 집어 석탄더미에 얹어놓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기중기들은 옆에 정박해있는 100 미터 가량의 길이에 5칸의 석탄적재공간을 갖춘 석탄운반선박에 석탄을 싣고 있었습니다.

(와 나홋카 항이 크구나)

나홋카 항은 석탄, 곡물, 목재 등을 취급하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대표적인 항구입니다. 수심이 깊고 파도가 잔잔해 대형 선박들이 부두에 접안해 석탄 등을 담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나호트카 항구에서 화물운반기중기가 석탄을 석탄운반선박에 옮겨놓고 있다.
나호트카 항구에서 화물운반기중기가 석탄을 석탄운반선박에 옮겨놓고 있다. (RFA PHOTO/이상민)

이곳은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한 유엔 제재 이후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위장되어 제3국으로 수출되는 데 악용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의 지난 1월 26일 보도입니다.

(유럽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의 나홋카 항은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 석탄으로 둔갑하여 수출되는 중심지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8월 6일 북한내부 소식통을 통해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러시아회사는 조선산 석탄이 나홋카항에 도착하면 석탄을 실은 선박이 도착한 시간과 머무는 시간, 석탄 하역량 등을 기록하고 석탄의 품질까지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류를 작성한다"면서 "러시아석탄으로 위장하는 서류작업까지 빈틈없이 준비해 주기 때문에 조선의 석탄을 여러나라들에 수출하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가 이같은 제재 위반을 알리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나홋카 항에서 북한산 석탄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나홋카 항으로 왔습니다.

기자를 태운 택시가 한 석탄더미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입구에 길게 내려진 차단봉으로 택시는 현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차를 세워주세요. 못들어가요. 들어가서 물어보고 올께요)

기자가 현장 입구로 다가가자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 나타났습니다.

(북한산 석탄에 대해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북한산 석탄이 혹시 여기에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 이 석탄들은 어떤 석탄들입니까?)

경비원은 대답하지 않고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석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위쪽에 있는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경비원은 택시 운전사에게 사무실 가는 방향을 알려줬습니다.

택시는 알려준 방향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철로 위에서 길을 막고 있는 화물열차 때문에 택시는 멈춰야 했습니다. 10분, 20분이 지나도 화물열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해는 저물어가고 북한산 석탄에 대해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자의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그 때 방금 전에 찾아갔던 석탄더미 현장에서 한 대의 승용차가 나오더니 기자가 탄 택시 뒤에 멈춰섰습니다. 혹시 북한산 석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 기자는 승용차 운전기사에게 다가갔습니다. 운전기사는 중년의 러시아 남자였습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기차가 움직일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합니다/ 당신은 여기서 일합니까? / 네 저쪽에 있는 석탄회사에서 일합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어떤 석탄에 관심이 있습니까? 얼마나 많은 양의 석탄을 원하십니까?)

그는 기자를 석탄을 사러 온 사람으로 본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바로 북한산 석탄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 북한산 석탄이요. 그런데 어떻게 결제하시려구요? / 무슨 말씀이시죠? / 결제요. 북한의 문제는 스위프트가 없다는 점입니다. 은행이 없다구요)

스위프트(SWIFT)는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로 기업들이 국제금융거래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현재 200여개 나라, 1만 1000여개의 금융기관들이 매일 이 스위프트를 통해 무역대금을 결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위프트는 2017년 3월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북한 은행은 국제금융거래를 못하고 있습니다. 제재 때문입니다. 스위프트가 없습니다. 아시겠어요?)

하지만 북한은 스위프트 중단이라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현금 다발을 직접운반하거나 제3자의 계좌를 통해 간접적으로 금융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응해 국제사회는 북한의 스위프트 제재 회피 시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제3자 거래 금지 등 다각적인 조치를 강구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올레그 미하일로비치라고 소개한 이 사람은 시베리아산 석탄을 판매하는 석탄 중개상이었습니다. 그는 지금 나홋카 항구에 쌓여있는 석탄더미들은 시베리아 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북한산 석탄에 대해 계속 질문했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나홋카 항에 북한산 석탄이 있냐는 것입니다. 없습니까? /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북한산 석탄을 실은 배들은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왜죠? / 제재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북한은 양질의 저렴한 무연탄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죠? 지난해 우리는 북한에서 이 무연탄을 가져오기위해 두척의 선박을 북한에 보냈어요. 그런데 이 선박들이 오다가 붙잡혔어요. 선장은 감옥에 갔고 그 배는 제재 선박 명단에 올랐습니다)

그는 이런 경우가 지난해 2번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2번 북한산 석탄을 나홋카 항으로 반입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두번 다 발각되었고 그 배들은 입항금지 배로 낙인찍혔습니다. 제재 때문입니다. 그 후 누구도 북한에 가서 석탄을 가져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는 북한과는 계약할 수 없다며 시베리아산 석탄을 사라고 기자에게 열을 내며 말했습니다.

(북한과는 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 / 왜요? / 결제를 어떻게 합니까?)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산 석탄은 러시아 나홋카 항에서 사라졌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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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특별기획 ‘대북 제재의 현장, 러시아를 가다’ 오늘은 첫 번째 편 으로 ‘북한산 석탄이 사라진 나호트카 항구 ‘ 편 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두 번째 순서로 ‘미국 제재로 파산직전이 된 구드존 ‘ 편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