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부터 러시아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동토의 땅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의 통로이자 수 많은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토의 땅 러시아 극동지역은 지속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 방송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실태를 집중 취재해 네 차례에 걸쳐 방송해 드립니다.
RFA특별기획 ‘대북 제재의 현장, 러시아를 가다’ 오늘 세번째 순서로 ‘설 땅 잃어가는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편을 보내드립니다. 이상민 기자가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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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비행기는 곧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기자가 탄 비행기는 지난 11월 2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기자를 태운 택시운전사는 한국 사람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관광하러 많이 온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사람도 많이 오냐고 물었습니다.
(관광하러 오는 북한사람들은 없습니다. 주로 노동자들입니다. 옛날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만난 한 여행사 직원들은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많이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친구가 공사를 시키잖아요. 그 친구에게 왜 이렇게 공사가 늦냐, 빨리빨리 하지 그랬더니. 북한 사람들이 다 갔대요. 국제여객터미널이 있잖아요. 배가 북한 사람들을 몇번 실어 날랐대요.)
(고려항공도. 11월 10일 쯤인가. 고려항공으로 북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넘어갔는데. 북한사람들이 가진 짐이 한 사람한테 200 kg, 300 kg 이었어요)
그동안 러시아 벌목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기자가 러시아의 한 극동지역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는 러시아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조선 사람들을 다 내쫓으라고 했습니다. 북조선 사람들은 일시키지 말라고. 왜? 북조선에서 돈이 어디서 나나 봤더니.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들이 많아서. 다 내쫓으라. 그래서 거주를 안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를 전면 금지하고 2019년 말까지 북한으로 귀국시키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2375호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쫓아내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러시아에 와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왔던 현지 사업가들의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놀러온 사람이구만. 관광. 그러니까 관광비자로 와서 걸리면 추방당하고. 불법이구만)
유엔 제재로 신규노동비자가 발급이 중단되자 관광비자로 러시아에 들어와 불법으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가 만난 북한 노동자도 관광비자로 러시아에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거주를 안시켜줘서 관광비자로 왔습니다. 일할 수 없는 비자입니다. 경찰에 잡히면 10만 루블 벌금을 낸답니다) 10만 루블은 약1500 달러에 해당됩니다. 3개월 간 러시아에 체류할 수 있는 관광비자로 러시아 극동지역에 온 이 북한노동자는 현재 현지 건설업자 밑에서 건물내부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알게된 이 현지인 사장을 통해 식당에서 취재진이 만난 이 북한 노동자는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그 얼굴 봐요. 사람이 경계심이 가득하잖아요. 놀라면서 경계심이 얼마나 많아요. 불쌍하지 않아요? 난 마음이 아파. 같은 우리. 돈 벌겠다고 이리 나와가지고.)
북한 노동자 박 모씨에게 동행한 기자가 맛있는 것을 주문하라고 했습니다. (전 아무거나 먹습니다. 어머니 좋은 거 하십쇼)
오늘 하루 20평 건물에 타일미장을 하고 돌아왔다는 박 씨에게 돈 좀 벌었냐고 묻자 (국가에 좀 바쳐야 합니다. 토요일 마다 매주 15,000 루블. 무조건 바쳐야 합니다)
15,000루블은 약 220 달러입니다. 하루에 몇시간 일하는지 물었습니다. (죽도록 일합니다. 하루 18시간. 아침 7시부터 밤 11시, 12시. 어떨 때는 새벽 3시까지)
그는 3년동안 러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일하고 북한에 들어갔다가 올해 다시 나왔다고 합니다.
(3년동안 집에 못 갔습니다. 돈 벌기전에는 못 갑니다. 계획이야 돈 많이 버는거지만. 바쳐야지, 먹어야지, 남는게 없습니다)
몇 명씩 별도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보다 단체로 생활하며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처지는 훨씬 어렵다고 합니다. (집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 한달에 100달러만 줍니다. 담배, 양말 등 사면 100달러 아무것도 없지)
박 씨는 중간 간부들이 북한 노동자들의 돈을 갈취하고 있다며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습니다.
(국가는 한 주에 200불이면 되는데. 간부 이 새끼들이 문제입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하루에 3000루블을 법니다. 어떨 때는 하루에 2만 루블을 벌때도 있습니다. 여름 한달이면 20만 루블을 법니다. 2천 달러 더 됩니다. 그런데 사장, 부사장이 다 우려내고 받는 돈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궁전같은 별장에서 삽니다)
현지 건설업자는 종종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현금 수십만 달러를 들고 북한으로 가려다 붙잡힌 북한 사람들이 바로 북한 노동자들의 돈을 중간에서 갈취한 간부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뜁니다. 솔직히. 나도 뛸 생각했는데 색시가 있고 자식이 있으니 못 뛰고. 회사 간부랑 싸우고 나왔습니다. 저는 말합니다. 똑바로 먹이고. 똑바로 돈 계산하라. 계속 전화옵니다. 제게 돈 좀 달라합니다)
그는 3년 동안 러시아에서 일해 번 돈으로 북한에서 집도 사고 TV도 샀다며 돈을 벌어야 북한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색시한테 100달러라도 가지고 가야지. 돈이 돼야 가는데.. 아무것도 없이가서 뭘하겠소)
박 씨는 러시아에 노동자로 나와보니 자기들이 얼마나 자유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 정말 살기 힘듭니다. 우린 자유가 없습니다. 우린 다 잡혀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가고 싶으면 가고 얼마나 좋습니까. 난 영어도 말하고 노어도 합니다)
취재진과 헤어지면서 박 씨는 동행한 탈북자 출신의 여 기자가 고향의 어머니 같다며 안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 안아보겠습니다. / 엄마 안아주라 / 와~~~ / 건강잃지 말라오. 통일되면 간다)
(Sound:)
강력한 유엔의 제재로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살아보겠다며 낯선 타지에서 국가에 바치는 납입금과 회사 간부들의 갈취 등 온갖 착취와 힘든 노동을 견디어 내던 북한 노동자들.
이젠 그들의 꿈마저 쫓겨나고 있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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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특별기획 ‘대북 제재의 현장, 러시아를 가다’ 오늘은 세번째 편으로 ‘설 땅 잃어가는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 편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네번째 순서로 ‘북한 종업원 부족해 러시아인 고용하는 북한식당‘ 편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