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북한의 해상 불법환적 감시 활동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영해상에 이뤄지는 불법환적을 눈감아주는 중국 당국의 비협조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군사매체인 성조지(Star and Stripes) 등은 15일 올해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오스트랄리아)등이 유엔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자국 군함과 항공기를 파견해 실시해온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감시 활동이 전년에 비해 2/3 가량 감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들은 유엔사령부와 미 해군 제7함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올해 동중국해, 일본해 등에서 북한의 불법환적 감시활동이 다국적 군함을 통해서는 총 982회, 또 항공기로는 총 1,306회 이뤄졌다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셉 바이른(Joseph Byrne) 연구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첫번째 이유로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으로 북한 선박의 출항 자체가 줄어서 불법환적에 대한 감시활동 역시 줄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른 연구원은 이보다도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이 주로 중국 영해에서 이뤄지고 있어 다국적 함정 및 항공기로는 중국 영해에서 이뤄지는 불법환적을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른 연구원: 2019년부터 많은 북한 선박들이 바로 중국 영해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불법환적은 감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이 자국 영해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을 눈감아주고 있고 오히려 이를 도와주고 있다며 이런 중국의 비협조 때문에 유엔 대북제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대북제재가 비효율적인 가장 큰 이유로 중국정부의 제재 이행 거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감시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 정부가 제재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북한이 중국 영해를 통해 석탄을 지속적으로 밀매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했습니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익명의 미국 고위관리와 인공위성 사진을 인용해, 지난 1년동안 북한선박이 수백차례에 걸쳐 중국으로 석탄을 실어 날랐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 2017년 제정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의 석탄 수출은 전면 금지돼 있지만, 바지선을 이용한 해상에서의 선박 대 선박 환적방식은 물론 북한과 중국 닝보-저우산 지역의 항구를 오가는 석탄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게리모어 전 조정관은 중국이 북한의 불법환적 감시에 비협조적인 이유에 대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가까와지는 것으로 보고 이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을 우려해 대북제재를 완화하면서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 19로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어 대북제재 완화로 경제적 숨통을 열어주면서 북한 정권이 지속되도록 하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불법환적을 감시하는 다국적 함정과 항공기가 불법환적을 하는 선박을 발견해도 이를 단속하기 위한 승선, 수색, 체포 등을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제 결의가 이런 권한을 명시하지 않고 있어 다국적 군함이 불법환적을 자행하는 북한, 혹은 중국 선박을 발견해도 그들이 항구로 돌아갈 때까지 뒤에서 따라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 미 국방부 측은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단속활동이 올해 감소한 것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16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