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모어 “북 핵물질 생산시설 폐기하면 종전선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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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선전매체가 7일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주장을 다시 내놓았습니다. 때문에 이달 말 베트남, 즉 윁남에서 열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비핵화 관련 진정성에 재차 의문이 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으로부터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그의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양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가 7일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사항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반도 즉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한국 정치인들이 이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 중인 이 시점에 왜 정상회담에 나서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이 같은 글을 내놓았을까요?

세이모어 조정관 : 저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비건 대표는 지금 북한의 비핵화의 가장 첫 단계로서 핵 물질 생산 시설 전부를 폐기하고 파괴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지난달 말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강연을 통해 밝힌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 물질 생산을 완전히 중단할 생각이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없다는 것이죠. 비건 대표는 김 위원장이 지난 10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생산 시설의 폐기와 파괴를 약속했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 약속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해체뿐입니다. 영변에서 생산되는 핵 물질은 매우 소량에 불과합니다. 말하자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당장 북한이 취해야 하는 행동에 미북 간의 불일치(disagreement)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기자 : 베트남에서 이달 말 열릴 2차 미북 정상회담도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같이 모호한 선언만 내놓게 되는 걸까요?

세이모어 조정관 : 미국과 북한이 이 중요한 문제를 불과 3주 만에 합의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비건 대표와 그의 북한 협상 상대가 비핵화를 위한 장기적 로드맵 즉 청사진 등을 논의하겠다고 합의한다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합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체제 보장· 경제 교류와 제제완화 등에 합의하는 것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미북이 첫 번째 비핵화 조치에 합의하는 데만도 적어도 2년은 걸릴 수 있을 겁니다. '북한 핵 물질 생산시설의 폐기와 파괴 그리고 검증'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합의하느냐 혹은 북한이 주장하는 '영변핵시설의 완전한 해체'에 합의하느냐가 관건이지만요.

기자 :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오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 나오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즉 습근평 국가주석이 같은 일정으로 다낭에서 회동할 것이라는 홍콩 언론의 보도가 또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류할 경우 미국과 중국, 북한과 한국이 연쇄 회담 혹은 4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한국 청와대의 부인에도 이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을까요?

세이모어 조정관 :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 시설을 폐기·검증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정황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일 북한이 첫번째 비핵화 조치(initial step)로북한이 30년 이상 비밀리에 구축해 온 핵물질 생산 시설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한다면 이는 북한의 핵무기 수를 현재 상태로 동결하는 매우 중요한 조치(very very significant achievement)로 미국도 종전선언을 포함해 매우 중대한 상응조치(very, very big in return)를 취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 관계개선에 나서고, 종전선언을 해도 될 만큼 커다란 조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물론 북한이 지금 단계에서 이 같은 구체적 조치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고 미국도 아직 제재를 완전히 해제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자 : 그러나 세이모어 전 조정관님 생각에는 영변 핵시설과는 달리 핵물질 생산시설의 완전한 폐쇄와 검증에 대해서는 종전선언을 해도 된다는 입장이라는 말씀이지요?

세이모어 조정관 : 영변 밖에 있는 비밀 핵물질 생산 시설은 20여 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 건설해 왔습니다. 영변과는 다른 규모입니다. 플루토늄 핵연료 생산은 유일하게 영변에서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라늄농축 시설의 규모는 작고요. 영변만 해체된다면 그 보상은 매우 작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앵커: 지금까지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으로부터 2차 미북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그의 전망을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