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베트남, 즉 윁남에서 열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시아과장을 지냈고 최근 미국 국무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났던 칼린 연구원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 봤습니다.
기자 : 비건 대표가 지난 주말 평양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관련 실무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비건 대표의 이번 평양 방문 직전 그와 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북 양국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길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관해 접점을 찾았다고 보시는지요?
칼린 연구원 : 언론이 구체적인 내용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지금의 협상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달 말 스탠퍼드 대학에서의 비건 대표의 강연 내용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입니다. 북한이 강연을 자세히 분석했다면 미국이 매우 진지하게 대화를 진전시키려 한다는 생각을 아주 오랜만에 하게 되었을 겁니다. 페리 프로세스,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 미국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 등이 이뤄졌던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북한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배경 설명을 조금 더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칼린 연구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매우 달라졌다는 것을 북한 내부에 알려주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에 대해 꾸준히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고, 북한이 비건 대표의 상대를 공식 임명했습니다.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지금까지 협상에 나섰지만, 쉽게 '네'라는 답을 하지 않는 강경한 협상가입니다. 제가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직함을 단 김혁철은 협상에 능숙한 인물로 (비건 대표의 상대로 그를 내세웠다는 것은) 이제 다른 협상 방식을 원하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 비건 대표가 북한과의 만남이 '생산적'이라고만 밝히고 추가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분석이신데요.
칼린 연구원 :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 건군절 71주년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해 인민군의 경제건설 참여 기여를 독려했는데요, 인민군 부대가 아닌 인민무력성을 찾아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을 '적'으로 지칭하는 등의 발언도 없고, 군인들이 군사적 역할(military role)이 아니라 당이 결정한 '사회주의경제건설 총 집중' 전략을 따르라고 한 것입니다. 지난해 5월 '노동당 중앙군사위 7기 1차 확대회의'에서 채택한 인민군의 경제 건설과 참여를 독려하는 구호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지요. 비건 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전달하려는 '내부적인 메시지'가 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부가 반기지 않을 지 모를 뭔가 큰 결정이 내려질 것이고, 군부는 이 같은 당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양국 간 실무협상단이 조율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 차이를 좁히고 최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 2차 정상회담이 1차 정상회담과 달리 구체적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셨는데요. 어떤 구체적 조치가 합의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칼린 연구원 : 제네바 합의, 6자회담, 2·29합의 등에서 영변의 동결과 폐기, 검증 등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제가 협상에 나선다면 여기부터 시작할 겁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영변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플루토늄 생산은 모두 영변에서 이뤄지고, 수 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폐기한다면 큰 조치입니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해체 등의 조치와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에 완전히 의지(totally at the mercy of China)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주둔을 오히려 원하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재 완화 등 경제적 지원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 지금까지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