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은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북한이 이미 선언한 것처럼 핵무기 생산을 중단했는지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오는 27일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에서 시작하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중단했다면 미국은 얼마든지 그에 대한 보상을 할 용의가 있지만, 그에 앞서 과연 핵무기 생산 중단을 했는지를 검증하겠다며 (2차 정상회담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베넷 연구원은 랜드연구소가 26일 개최한 정상회담 관련 전화 기자설명회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핵무기 제조와 시험, 사용과 전파를 하지 않도록 북한이 여러 실천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다며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한 데 대해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또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한이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 중에는 남북한의 핵무기 시험, 제조, 생산 금지 그리고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른바 ‘비핵화 공동선언’도 포함된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 남북한이 합의한 선언들 중 1992년 발효된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습니다. 남북한은 핵무기 보유,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재처리, 핵무기 생산이나 저장·확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이미 이 같은 약속을 했기 때문에 행동에 옮기는 일만 남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탈북자 증언 등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엘리트 계층들에게 영변 핵 시설은 방사능 문제가 심각한 노후 시설로, 엄청난 비용이 드는 폐기를 미국에 맡길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함께 기자 설명회에 참가한 랜드연구소의 앤드류 스코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리비아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다르고, 현재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우선순위와 정의에 간극이 크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에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번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가시적인(tangible)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코벨 선임연구원 : 독특한 경우입니다. 만일 앞선 대북 비핵화 협상과 다른 트럼프 대통령 방식이 성공한다면 '트럼프 모델'로 이름지어질 것입니다.
마이클 마자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차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실험장과 관련 시설의 완전한 폐기에 합의한다면 구체적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영변 핵실험 단지 내 우라늄 농축 시설 등에 대한 폐기와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약속과는 달리 북한은 핵물질 생산을 동결하지 않고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비핵화란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 동결뿐 아니라 핵무기를 제거하고 핵 위협을 없애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