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힐 “미, 북핵문제 해결 중국과 공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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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다자적 접근이 북핵 협상에 있어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28일 결렬된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힐 전 차관보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 베트남 즉 윁남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주요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힐 전 차관보 : 저는 회담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과 없이 섣부른 합의에 나설까 우려했기 때문에 이번 결과에 그다지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실무 협상단은 회담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진 후에야 비로소 트럼프 대통령을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나서도록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00퍼센트 성공확률이 있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이 '완전한 대북 제재 해제' 없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분명히 밝혔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더 많은 사전 협상이 있어야 했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 정책 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앞선 어떤 미국 행정부도 하지 않은 (섣부르게 대통령을 협상장에 나서도록 하는) 실수를 한 것입니다.

기자 : 협상 결렬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에 관한 미국과 북한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던 실무 협상단의 준비 부족을 꼽으셨는데요? 향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제안을 하신다면요?

힐 전 차관보 : 앞으로는 외교적 계획(diplomatic architecture)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6자회담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핵 협상에 있어 중국 등 역내 관련국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중국과 훨씬 더 긴밀한(a much more thorough) 협의를 해야 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지지했지만, 제가 북한과 협상할 당시 북한이 합의한 사항을 철회했을 때 중국을 통해 북한이 철회한 사항을 되돌려 약속을 지키도록 했습니다. 북핵 문제는 미국 대통령이 연례적으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자 :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에 나서는 등 도발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시나요?

힐 전 차관보 : 북한이 당장 미사일 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김 위원장에 대해 인신공격성(ad hominem attack) 발언을 하지 않고 예의를 갖췄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 위원장과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스러워 했을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계를 완전히 결렬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앵커 : 지금까지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관한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