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여전히 김정은의 전략가로 남아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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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매체에서 최근 몇 개월 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에 다시 나서게 된다면 최 부상이 협상장에 재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 미국과의 외교가 뒷전(back burner)으로 밀린 상황에서 최선희 제1부상이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 최선희 제1부상이 전면에 나설 필요성이 지난 몇 년간에 비해 줄었습니다. 게다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 제1부상은 정책 이행(executor of policy)보다는 전략가(strategist)의 임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장악이 마무리되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가 담화를 내놓게 된 것이지 최선희 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제1부상은 최영림 전 북한 내각총리의 수양딸이란 집안 배경과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등으로부터 전략가로 훈련을 받은 후 외무성 정책 수립의 오랜 경험을 갖고 있어 김 위원장의 전폭적 신임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스 국장의 주장입니다.

지난 2016년 5월 식도암으로 사망한 강석주 전 비서는 1990년대 미북 간 제네바 핵 합의를 이끌어냈고 강대국 미국과의 비대칭적 미북 협상에서도 노련함을 보였다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관리들이 언론에서 수 주, 혹은 수 개월 간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전례들에 비춰 추측은 금물이라며, 북한 관리들의 정치 생명은 지도자의 정치적 방향이나 생각의 변화에 따라 쉽게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앞서 북한 외교에서 간판 역할을 했던 리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전 외무상의 교체가 북한 외교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리 외무상은 매우 노련하고 능력있을 뿐 아니라 생각이 깊고 역동적인 외교관으로, 그의 후임에 군부출신 강경파인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임명된 것이야말로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보다 더 분명한 정책 전환의 신호로 읽힌다고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최선희 제1부상이 이 같은 흐름에서 부수적 피해자(collateral damage)가 됐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스웨덴 즉 스웨리예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한국센터의 이상수 소장도 북한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이상수 소장 : 리선권(전 조평통 위원장)이 외무상에 임명된 것은 첫째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관심이 없고 군사력을 이용해서 벼랑끝 전술로 협상력을 더 높여 안보(체제) 보장으로 나가는 그런 전략을 갖고 있다고 보고요.

이 소장은 북한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단거리미사일보다 좀 더 강력한 전략무기 도발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에는 다시 최선희 제1부상이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000년대 초반 북한 주재 초대 영국 대리대사를 지낸 제임스 호어 박사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 외무상은 의전 등 명목상의 역할을 담당하고 실질적인 업무는 부상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any foreign ministers are more figureheads than active heads. They do the ceremonial work but the real work is done a t the vice-minister level.)

최선희 제1부상이 언론매체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후방에서 다른 일을 맡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숙청됐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해 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면 사용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한 비난 담화를 발표한 후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