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비핵화 합의 후 수 개월 이내에 모든 핵 관련 시설을 기록한 도표를 제출한다면 '비핵화 의지'에 대한 긍정적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의 핵과학자가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과학국제안보연구소(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ISIS)소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북부 핵실험장 폐기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해 북부핵시험장을 폐기한다'고 밝힌 것은 희망적입니다. 물론 '투명성있게'라는 북한의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해석으로는 사찰단이 그 곳에 가는 것을 정당하게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투명성있게'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미뤄 사찰단이 핵 실험장에 접근해 토양 샘플 즉 견본을 채취해 핵연료가 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 그리고 핵실험에 사용된 양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앞서 2000년대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 대한 미국 측의 접근을 절대적으로 거부(absolutely refused)했기 때문에 미국은 결국 원자로 폐쇄를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영변 이외의 지역에도 10곳 이상 혹은 수십 곳의 핵프로그램 관련 시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번에는 비핵화 합의 이후 '수 개월 이내'에 '모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도표로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도표화해 공개했지요. 특히,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표로는 한두 개 정도 운영 중으로 추정되는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신고하는 것입니다.
그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북한의 이번 제안은 매우 긍정적이고 꼭 필요한 검증의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북한이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말은 이중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핵 등급 흑연(nuclear-grade graphite)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실험 중단 선언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평앙북도 삭주군 청수의 한 공장이 원자로 건설이나 미사일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흑연생산 공장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최근 수 년간 북한이 국제적인 통제를 받는 이중용도 핵물질인 핵 등급 흑연의 판매를 촉진하는 소책자를 배포하는 등 북한의 핵 확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 공장을 포함한 핵 연구시설, 핵무기 생산과 제조 설비 등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로 이번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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