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5월 중 핵 실험장 폐쇄 과정을 국제사회에 공개할 의사를 밝힌 것은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전 백악관 고위 관리가 진단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5월 중 공개적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등의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환영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이번 조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은 이제 콘크리트를 부어 남아 있는 지하 핵실험 갱도를 막는 과정을 검증할 수 있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발표된 판문점 선언이 남북한 간 '신뢰구축을 위한 새로운 정신(a new spirit)'을 담고 있지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추구하는 '비핵화' 개념이 명확치 않아 실망했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올리 하이노넨(Olli Heinonen) 선임고문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측 발표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의 신뢰 구축을 위한 '바람직한 진전(a good step forward)'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비핵화' 정의에 대한 미북 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단순한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핵 실험장의 폐쇄를 확인하고 검증하기 위해 방북하려면 법적인 틀(legal framework)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역할과 권리·의무가 무엇인지 먼저 합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endorse)을 거친 후에야 사찰단이 북한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아직 상당한 양의 무기급 핵물질이 북한의 지하 핵실험 장에 남아 있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과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갱도를 콘크리트로 막고, 현장에서 진단기구 등 기반시설까지 제거하는 '핵 실험장 해체(dismantlement)'가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한 '핵 실험장 폐쇄(closure)'와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이 북한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 재가입 문제와 북한의 생화학 무기, 또 탄도미사일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리비아식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말한 것은 북한이 다시 핵 프로그램을 쉽게 재개하지 못하도록 북한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물질, 원심분리기 등 모든 것을 해체하고 제거한다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가 체결됐지만, 북한이 2003년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등 쉽게 핵개발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북한 내 사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핵 과학자들이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기술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는 리비아의 경우처럼 북한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시설 등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부분적 비핵화 합의(partial deal)가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목표로 미북 정상회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의 조언입니다.
미국 대표단 부단장으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를 이끈 게리 새모어(Gary Samore)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도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위원장이 전문가 등을 핵 실험장 폐쇄 행사에 초청한 것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될 '비핵화 선언'을 발표하는 데 도움이 될 '상징적 제스처 즉 몸짓'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핵 물질과 핵무기 생산 시설을 모두 공개하고 폐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경제를 살리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합의 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제 개인적 견해로는 이번에는 2000년, 2007년 정상회담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 경제를 살리고 정상국가(legitimate nation state)로 인정받으려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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