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도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동맹을 해치는 충동적 발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과 여러 차례 협상에 나선 경험이 있는 미국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는 미북 정상회담의 부정적 결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꼽았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 미국은 불행히도 동맹인 한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양보를 했습니다. 불행한 결과지만, 늘 상대방이 먼저 행동하기를 원하는 전형적인 북한의 협상태도를 보여줍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미국 민간단체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가 12일 개최한 미북 정상회담 관련 전화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미국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대행(acting undersecretary for arms control and international security)도 역내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발언한 데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컨트리면 전 차관대행: 북한과의 협상의 전 과정은 우리의 동맹인 한국·일본과 긴밀한 협의(the closest possible coordination with our allies)를 최대한 계속 유지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군축협회가13일에 다시 개최한 정상회담 관련 전화 토론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한미 연합훈련은 재개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관련 어감의 중요한 차이(important differences, important nuances)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동맹국이 아닌 북한·중국·러시아 등이 사용하는 '도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를 지낸 아브라함 덴마크(Abraham Denmark)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도 이날 전화토론회에서 '도발적'이란 언어를 사용한 데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덴마크 국장: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가 아는 한 연합훈련 중단으로 우리가 얻은 대가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이 '도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데 매우 우려합니다.
그는 또 미국이 말하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이며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재개하려면 그 기준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덴마크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을지프리덤가디언이나 독수리훈련만에 한정된다면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는 1년 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만일 소규모 훈련까지 중단한다면 3개월에서 6개월 이내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 리 전 AP평양지국장은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 등 도발적 행동을 할 핑계거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이날 열린 정상회담 관련 토론회(A Turning Point with North Korea? Regional Perspectives on the US-North Korea Summit)에서도 전문가들의 비난이 잇달았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미국 측 대표를 지낸 윌리엄 뉴컴 박사도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미국 국방장관과도 사전 협의 없이 동맹을 해치는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팀슨센터의 다츠미 유키 동아시아프로그램 담당 국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연합훈련이나 미군 주둔이 동맹의 안보에 대한 확고한 약속(commitment)이 아니라 비싼 비용(expensive) 문제라는 인식을 줬다고 비판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물론 일본도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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