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남북 공동선언 ‘북 비핵화’ 충분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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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나온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는 갈루치 전 특사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미국이 6·12 미북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는 북한이 '불명확한 미래에'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This is more commitment to do meaningful things in the indefinite future.)

북한이 영변 핵단지의 모든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중요한 조치일 수 있지만, 그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나 대북 제재 완화 등의 조치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공동선언문 내용에는 비핵화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인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검증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이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성명 내용은 마치 비핵화의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여 한국 정부와 남북 협력을 추진하고, 결국 한국·미국·중국이 북한을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데이빗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한미 동맹의 분열을 통해 한국을 점령하려는 전략(strategy of 'divide and conquer')을 꾀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서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우선 영구 폐기하고, 영변 핵시설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없애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장인 동창리 시설의 영구 폐기 그리고 '불분명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를 거론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이 상당히 감소했거나 제거됐다고 선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 논의 사항들에 관해 미국과 잘 조율하고, 북한과 어디까지 합의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미국에 전달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게리 새모어(Gary Samore)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양 공동선언을 북한 국무위원장과 제2차 정상회담 개최에 충분한 진전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등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약속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미사일 관련 조치를 취하는 데 유용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또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조치(corresponding measures)'가 무엇인지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약속에 관해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해도 북한은 영변 이외의 비밀 핵시설에서 핵무기를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국장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를 위한 외교가 다시 활발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메릴 전 국장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유엔총회에서 만나 북한이 어떤 비핵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평양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 간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