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넨 “영변 핵시설 ‘폐기 전’ 사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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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 측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기 전에 국제 사찰단이 현장을 먼저 검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담에 양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국무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 평양 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북한 비핵화 완성을 위해 즉각 협상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측 상대 인사의 회동을 제안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오스트리아 빈에 북한 대사관이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북한 간의 만남이지, 미국과 북한 당국자가 국제원자력기구 측과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미북 간에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빈 회동에 대해 이미 논의가 되고 있었을 겁니다. 비건 대표는 북한 측과 비핵화 정의와 어떻게 이행할 지 등 보다 기술적인 세부 사항을 협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서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 폐기 과정에 대한 검증을 약속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북한이 6자회담이나 제네바 합의 등 과거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를 받고, 강력한 검증과 사찰 단계에 들어가 봐야 그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한 모든 정보를 제공했는지, 비밀 핵시설을 감추고 있는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확산했는지 여부에 대해 검증과 사찰 이행 단계에서야 북한의 진의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미 북한과 핵협상을 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더 확장하기 전에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북한은 오랫동안 핵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습니다. 북한이 핵시설을 여기저기 건설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꾸준히 핵물질을 생산해 왔고 기술도 진전했기 때문에 수 백 개의 핵무기를 제조한 후보다는 지금 협상에 나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해 왔다고 해서 비핵화의 진정성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핵물질 생산 중단을 약속한 적이 없으니까요. 이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협상 초기부터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자: 국제원자력기구가 영변 핵시설의 폐기 이전에 현장 접근을 해서 검증과 사찰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우라늄 농축시설이나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에서 샘플 즉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고농축우라늄시설을 폐기했습니다. 그럴 경우, 시설이 어떤 규모였는지 북한이 신고한 내용을 설계도(engineering drawings)와 시설 운영 관련 자료가 없으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사찰단이 북한 핵시설이 폐기되기 전에 현장에 가서 확인한다면 검증과 사찰이 훨씬 용이하지요. 북한에도, 국제사찰단에도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완전한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생산용량(capacity) 등을 알 수 있는 시설의 설계(design)를 통해 북한이 제공한 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그 시설에서 어떤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지, 총 생산량 수치가 타당한 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에서 채취한 샘플을 보면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확실하게 신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92년 저희가 북한 핵사찰을 했을 때, 북한이 저희에게 제공한 소량의 플루토늄이 저희가 영변재처리시설에서 채취한 플루토늄 폐기물(plutonium waste) 샘플과는 동이원소(isotope)가 다른 것이라는 걸 밝혀냈습니다. 북한이 성실한 신고를 하지 않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큰 문제가 된 것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1·2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전 원자력기구사무차장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