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에 파견되었던 한 북한 노동자가 일하던 중 부상을 당하자 북한의 가족에게 사망 위로금이라도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자살을 기도했다고 북한 중앙당 행정부 대외건설지도국 당비서를 지낸 한 탈북자가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인 노희창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은 26일 미국 워싱턴 DC 언론회관(NPC)에서 미국 북한자유연합과 한국 인권단체 '성통만사' 등이 공동 주최한 북한 인권행사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7년 간의 중동 건설노동자 생활과 2년 여의 러시아 노동자들의 참상을 고발했습니다.
노희창 소장: 러시아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아침에 날이 밝으면 일을 시작합니다. 보통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을 합니다.
2012년 북한 중앙당 행정부 소속 대외건설지도국 당비서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파견되었던 노 소장은 당시 북한 노동자들은 당에서 할당된 충성자금으로 대부분의 임금을 빼앗기기 때문에 3년 동안 일해도 순수입으로 미화 100달러도 가져가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노 소장: 해외에서는 노동자 한 사람당 일일 노동 정량이 있는데 이는 밤새워 일을 해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량입니다. 매일 정량 평가를 하고 계획 달성을 하지 못하면 못한 것만큼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그 점수를 다음날 과제로 덧붙입니다.
노 소장은 20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노동자가 일하다 크게 다쳐 일을 못하게 되자 해외에서 일하다 사망할 경우 북한의 가족들에게 약간의 위로금이 전해진다는 동료들의 말에 자살을 기도했던 일을 소개했습니다.
노 소장: 저는 죽지 말라고 말렸지만, 이미 아무도 모르게 열흘이 넘도록 계속 굶으면서 맥주와 아스피린을 같이 먹은 것입니다. 알코올과 아스피린으로 위에 부담을 주어 몸이 망가져 죽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그가 바라던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해외에서 국가를 위해 얼마 벌지 못했다면서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위로금도 주지 않고 잿가루만 그의 가족에게 돌려줬습니다.
노 소장은 그가 부상을 당했지만 북한 당국은 당 자금으로 치료할 수 없다며 강제 귀국 조치를 취했고, 이 노동자는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다가 숨이 멎어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노 소장은 그러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북한의 비핵화에 쏠려 있지만,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지금 현재도 악몽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노 소장: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소식통에 의하면 지금도 상황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견디지 못해서 노동현장을 탈출하는 노동자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신변 안전 담보가 없고, 잡히면 강제북송 당하기 때문에 늘 불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노 소장은 또 지난해 9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증 발급을 금지하는 유엔 대북제재결의 2375호가 채택된 이후에도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 1만 여명을 신규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 보도에 대해 당시 러시아 당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적이 없으며 새 노동자 취업을 허가한 적도 없다면서 "신규 취업 허가라고 알려진 것은 이미 러시아 내에서 일하고 있어 기존 계약에 묶여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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