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이 남북 철도·도로 사업 착공식의 연내 개최를 위해 지나치게 서둘러 대북제재 예외나 해제를 요청한다면 한미 간 대북 정책 공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우려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Senior Director of Congressional Affairs and Trade)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착공식이 실질적인 도로 현대화나 철도·도로 연결사업의 시작이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 : 착공식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사업 의사(future intent)를 알리기 위한 행사라는 분명한 이해가 있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착공식이 실질적인 철로 보수 착수 등을 의미한다면 미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것입니다. (But, I do think there would be concerns on the US side if the groundbreaking ceremony were mean to symbolize an actual beginning of repairing the rail or the road.)
미국은 최근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핵심 인사 3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는 등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남북한 철도·도로사업 착공식의 연내 개최를 밀어 붙이는 한국 정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스탠가론 국장은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제재 예외 등 순조로운 사업 진척은 내년 초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 :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에 큰 진전을 가져온다면 대북 제재의 초기 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남북한 철도·도로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과 미국은 오는 20일 제2차 워킹그룹 즉 실무단 회의를 갖고 철도·도로사업 관련 대북제재 예외 문제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한국 정부가 미북 사이에서 지나치게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 한국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대북 대규모 산업 기반시설 지원사업 등을 제안하고,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좋은 의도(good cause)이니 제재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곤 했습니다. 한국은 제재 위반이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또 다른 대북 경제 사업안을 내놓았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같은 한국 정부의 행보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에 철도나 고속도로 등 산업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은 명백히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며, 미국 제재의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링너 연구원 : 착공식 그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닐지라도 유엔 대북 제재와 어긋나는 방향의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면 한미 동맹·외교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매튜 하 연구원도 착공식 자체는 유엔 대북제재 예외가 필요하지 않겠지만, 철도·도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중장비, 운반용 차량 등과 관련한 유엔 대북제재 예외 조항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워킹그룹 즉 실무단은 단합된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미 간 제재 이행뿐 아니라 공통된 대북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실무단을 통한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