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외의 다른 유엔기구들도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프리 펠트먼 전 유엔 사무차장이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펠트먼 전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유엔 안보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유엔기구들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관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 : (안보리를 넘어) 더 넓은 의미의 유엔은 위기관리, 비핵화, 인권, 해상 안보 등의 문제에 있어 북한에 대한 책임 추궁과 관여를 배가시키는(multiplier)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17일 미국 전미북한위원회(NCNK)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공동개최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서 유엔의 진화하는 역할(Evolving Roles of the UN in the Korean Peace Process)’에 관한 화상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유엔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있어 당사국인 유엔 회원국들 간에 소통의 창구 혹은 갈등 완충 역할을 하는 전략적 가치를 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그 예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12월 자신이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전 세계 차원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방북을 통해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막고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채널 즉 통로를 열고 대화에 나서고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휴전 결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등 북핵 문제에 있어 중재 역할을 해냈다는 설명입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당시 북한에 남북한 간 군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미국과 대화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낼 것, 유엔 안보리의 비핵화 결의 이행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방북 수 일 후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처음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는 유엔 회의에 참석하고, 이듬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으로 대화로 전환하는 유용한 계기(useful momentum)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2018년 5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개최한 인권 워크샵에 참가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의 권고사항을 절반 가까이 수용한 것도 가치에 기준한 유엔의 대북 인권 접근법의 성과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은 한반도가 전쟁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평화적으로 되돌리는 데 유엔군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 미북 1차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2018년 7월 유엔군 사령부 관할 지역인 비무장지대 전사자 공동유해발굴 등 군사합의 이행 문제와 유해송환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군사통신선이 복구되고 유엔군 사령부와 대화와 협력이 이뤄졌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 :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도 유엔군 사령부 관할입니다. 접전지역, 군사지역이니 다른 곳을 찾으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그러나 유엔군 사령부는 남북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위해 판문점을 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하는 것을 지지했다며 유엔이 남북한 평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수잔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서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새로운 협상 방식을 취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논의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경제지원이나 체제보장 등 평화구축 방안을 동시에 다루는 단계적 접근(step-by-step) 방식이 북한을 협상에 복귀하도록 이끌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