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치적 효과 위해 북핵 이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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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효과를 위해 한반도 위기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일본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한반도∙안보 전문가인 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가 26일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치시타 교수는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조지워싱턴대학이 이날 ‘핵보유 북한과 네 가지 시나리오: 일본의 시각’(Nuclear North Korea and Four Future Scenarios: A Japanese Perspective)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향후 북한을 둘러싼 시나리오 중 하나로 ‘위기 상황’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위기(crisis) 시나리오’는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미국이 제한적 군사력을 동원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미치시타 교수 :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문제에 빠질 경우 관심을 돌리기 위해 외교적 위기사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의 행동이 좋지 않을 경우, 한반도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일본으로선 내년 성공적인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 위기상황으로 인한 역내 불안정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다른 시나리오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단계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의 대북투자 등 미북관계가 개선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사회경제적 개혁을 단행하는 이른바 ‘괜찮은(okay)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이 경우, 일본으로서도 북한 정부와 납북자 및 미사일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는 대화의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미치시타 교수가 제시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불안정한 평화(precarious peace)’로,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체결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부분적, 혹은 완전히 철수시키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주한미군 철수로 한미동맹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북한이 또 다시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시작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빠진 한반도의 전략적 공백을 중국이 채움으로써 역내 힘의 균형(regional balance of power)이 미국과 일본에 불리한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한편, 그는 가장 발생할 확률이 낮은 상황으로 ‘고르바초프 시나리오’, 즉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 당시 소련이 붕괴한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무리한 경제개혁을 단행해 결국 체제 불안정과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북한 붕괴가 민주적인 통일 한반도로 이어질 경우 일본의 적극적인 정치적, 재정적 지원이 뒤따를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북한에서 내전이 발생하고 난민이 한국과 일본에 대량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