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거래외교’로 북핵 동결 우선 추진해야”

0:00 / 0:00

앵커: 미북 간 최근 비핵화 실무협상이 스웨덴(스웨리예)에서 성과없이 결렬되는 등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북 '거래외교'를 추진해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막아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로버트 리트왁(Robert Litwak) 우드로윌슨센터 국제안보연구국장은 8일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의 핵능력을 우선적으로 동결하는 대북 ‘거래외교’(transactional diplomacy)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비확산 담당 국장을 지낸 리트왁 국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가 개최한 출판물 발간 행사에서, 대북 최대압박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미국의 대북전략은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만 지속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즉,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의미있는 제재완화 조치를 취하기 이전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전환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방식은 북한이 핵무기를 정권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는 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대북 최대압박 전략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무기, 북한과의 협상, 북한 핵능력 증강 묵인 등의 3가지 나쁜 선택지만 남길 뿐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리트왁 국장 : 저는 북한과 거래적인 합의를 모색해 나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한 진정한 동결, 북한 (핵)시설이 무엇을 생산하는지에 대한 신고,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등 무기급 물질 동결 등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것이죠. (I've argued that we should go for a transactional deal with North Korea to freeze the program - no new nuclear tests, real freeze on ballistic missile tests, a declaration of what their facilities are producing, weapons-usable materials, plutonium and highly enriched uranium, to prevent a bad situation getting worse.)

리트왁 국장은 또 대북 비핵화 협상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북한 입장에선 불충분하고, 북한이 이행 가능한 것이 미국에는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는 등 미북 간 상호 ‘가능한 것’(possible)과 ‘충분한 것’(adequate) 사이의 틈(gap)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틈을 좁히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를 통한 최대압박 보다는 ‘거래외교’에 집중(pivot)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즈의 데이비드 생어(David Sanger) 기자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지난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2016년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해제를 주장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영변 핵시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시설 등에 대한 양국 간 공통된 정의와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리트왁 국장은 최근 “북한과 이란의 핵 위기: 변환외교에서 거래외교로”(Nuclear Crises with North Korea and Iran: From Transformational to Transactional Diplomacy)를 제목으로 하는 책자를 발간하고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거래외교’ 방식을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