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무기를 선보인 가운데, 북한의 핵위협이 더 커져 북한 문제가 더 복잡해 졌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를 빌미로 한 미국의 역내 군사적 존재감 강화를 경계한다는 지적입니다. 지에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이 27일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는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폴 헤인리(Paul Haenle) 카네기-칭화 세계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북 간 정상외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북한의 위협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더 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지난 2018년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가지 사안 중 미군 유해송환만 진전됐을 뿐 나머지 분야에서는 여전히 의미있는 진전이 없다는 겁니다.
또한, 미국이 김정은 정권을 정당화하면서 북한에 많은 협상 지렛대를 내줬고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과거 행정부들보다 더 모호해 큰 의미가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헤인리 소장 : 북한의 핵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훨씬 커졌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가 다뤘던 문제들이 더 심각해지고 더 복잡해졌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앞서 14일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관련해, 북한이 지난 몇 년 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궁극적인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양국 간 합의 내용이 확실히 미국에 대한 위험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중국의 북한 전문가인 자오 통(Tong Zhao) 카네기-칭화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회의에서, 중국은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발사시험 등 저강도 도발에 그치는 등 전반적인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인 것에 만족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인도와의 긴장 고조, 남중국해 문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 시급한 외교안보 현안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전략무기를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고강도 도발의 경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빠르게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자오 통 선임연구원 :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억지 추구가 갖는 장기적인 안보적 함의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중국 가까이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향상시키는 근거로 북한의 핵능력 증대를 제시하는 걸 우려합니다.
아울러, 알렉산더 가부에브(Alexander Gabuev) 카네기 모스크바센터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석좌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문제는 러시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지만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러시아는 한반도 안정과 현상유지를 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핑계로 러시아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하고 동북아시아 지역 내 더 굳건한 군사태세를 유지하면서 러시아의 전략적 이점을 약화시키려는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