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연구소 “중, 북 핵보유 용인 준비…북핵 ‘관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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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에 여전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의 영구적인 핵보유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북중관계의 틀 안에서 북한 핵문제를 집중 조명한 ‘순망치한: 북중관계 재건’(Lips and Teeth: Repairing China-North Korea Relations)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우선 보고서는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을 보유한 현실에 중국이 순응(reconcile)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중 협력을 견인했던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허구적 목표’(fictional goal)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준비가 됐다는 겁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 새로운 현실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 중국은 북한이 앞으로 핵보유국으로 남을 것이고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체념하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China is resigning itself to the reality that North Korea is and is likely to remain a nuclear state and that there's not much to be done about that.)

그는 이어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둔다는 뜻으로, 중국이 대북압박 강화를 위한 대미 협력을 꺼리면서 오히려 미국의 대북제재 이행 노력을 저지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앞으로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무기가 중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대북압박 강화만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2017년으로의 회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중국 측에 설득해야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쇠퇴하고 한미동맹에 마찰이 불거지면서 이와 동시에 한미일 3자 안보협력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봄부터 급증된 북중 고위급 교류 등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관계 개선 행보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새로운 현실에 순응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향후 수 개월 안으로 북핵 협상과 관련해 중국과 같은 길(path)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 비핵화를 고집하는 미국의 언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시 대안적 길을 가기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 길은 핵을 보유한 북한을 마지못해 인정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관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Despite the U.S. rhetoric about insisting on denuclearization and etc, the U.S. also may alternatively decide to do down that path of grudgingly acknowledging the reality of nuclear North Korea and somehow trying to manage the problem rather than resolve the problem.)

그는 미국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대신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 수 있다며,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이 크게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앞서 미국의 브래드 셔먼 연방 하원의원 등 일각에서도 북한의 제한적인 핵보유를 허용하는 대신 핵과 미사일의 추가 생산을 막는 것이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