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다음은 양성원 기자의 '뉴스 하이라이트' 시간입니다. 지난 한달 간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다뤘던 굵직한 북한 소식, 영향력을 미쳤던 보도들, 또 관련 소식들을 흥미로운 뒷이야기와 함께 전해드립니다. 대담 진행에는 서혜준 기자입니다.
서 :양성원 기자, 안녕하세요.
양 : 안녕하십니까.
서 :벌써 4월이 됐습니다. 올 한해 4분의1이 이미 지났는데요. 2022년 들어 도발을 지속하던 북한이 지난달에는 급기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지 않았습니까?
양 : 그렇습니다. 북한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2월 26일과 3월 4일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거리를 줄여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구요. 3월15일에는 신형 '화성-17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수 킬로미터 상공에서 공중 폭발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3월24일 다시 북한은 ICBM을 발사한 이후 '화성-17형' 시험 발사가 완전 성공했다고 다음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고각 발사된 이 미사일은 고도가 6,200킬로미터 이상 올라갔고 약 1,080킬로미터의 거리를 비행해서 정상 각도로 발사될 경우 미 동부까지, 그러니까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평가됐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시험 발사했던 ICBM 중 가장 멀리 날아간 미사일이란 지적입니다.
서 :북한이 2018년 이후 스스로 유예하기로 했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이른바 '모라토리엄'을 깬 행보인데요.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그냥 좌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양 :그렇습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미국의 소위 '레드라인', 즉 북한이 넘어서는 안되는 금지선을 넘어선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유엔 차원에서 이번 발사에 대한 안보리 회의가 25일 미국 주도로 곧바로 소집되긴 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는 고사하고 결국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성명도 채택하지 못하고 회의는 끝나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청취자분들도 어느 정도 알고 계시겠지만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한달 이상 전쟁을 계속하면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특히 북한은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은 전 세계 5개 나라 중 하나로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나서면서 계속 불편한 관계에 있는 중국 측은 오히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에 대해 미국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수 있는 방법은 서방국가들과 함께 나름대로의 독자 대북압박에 나서는 방안 밖엔 없을 것 같은데요.
양 :네, 최근 미국과 일본, 호주(오스트랄리아) 등이 대북 독자제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은 지난 24일에 이어 이달 1일에도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에 나섰습니다. 이달 1일 미 재무부는 ICBM 개발과 직접 연관된 북한의 연구기관과 관련 자금을 지원한4개 북한 무역회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앞서 24일엔 북한이 전날 ICBM 발사를 공식 확인하자 미 국무부가 곧바로 북한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국제업무 담당국과 북한인 1명 등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일본도 지난 1일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인 6명 등을 독자제재 명단에 올렸고 호주도 지난달 25일 북한 기업 1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서 : 그런데 이런 독자 대북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멈추는 데는 역부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 않나요?
양 :그렇습니다. 전 세계 국가 중 국제사회에서 가장 고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북한은 중국 정도만 뒷배를 봐줘도 정권 유지엔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다른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여하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미국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지난 1일 저희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일단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계속해서 대북제재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의 추가제재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이미 예상했던 수준일 수 있고, 제재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실제 북한의 향후 도발을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습니다. (So it's unclear whether this will have teeth in terms of impact.)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같은날 북한의 그간 수많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 속에서, 아직도 미국이 제재를 가할 북한 기관이나 인물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뿐 아니라 전임 미국 행정부에서도 제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서 :그렇다면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은 전혀 없는 건가요?
양 :한가지 방법이라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도움을 준 중국 측에 대한 제재를 더 적극적으로 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러시아 개인과 기관들은 적극 제재하는 데 반해 중국인이나 중국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제재는 제대로 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의 박원곤 교수는 최근 저와 통화에서 이같은 상황을 지적하면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말고 중국과의 갈등까지 격화시킬 수 없고 중국의 대 러시아 밀착도 우려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이런 문제는 최근 미국 연방 하원의원 28명도 단체로 지적하고 나섰는데요. 지난달 31일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8명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인이나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왜 제재를 하지 않는지 추궁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이 서한을 주도한 캣 카먹 하원의원은 대북 제재는 중국에 책임을 묻지 않는 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서 :이런 가운데 미국 고위 관리를 포함해 대부분 전문가들도 조만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양 :네 일단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5일 북한이 앞으로 미사일 발사 등 각종 추가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1일에는 미 CNN방송이 5명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굴착과 건설 활동을 재개했다면서 이는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은 물론 유엔 안보리 등에서 대북 추가조치를 계속 논의할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서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언제 할 것인가가 관심사인데요. 이르면 이달 중으로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양 :그렇습니다. 일부 전문가 등 일각에서는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 경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4월에는 북한의 각종 기념일이 많이 몰려 있는데요. 김일성 주석 생일인 15일 태양절 외에도 11일은 김정은 총비서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0주년이 되는 날이고,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는 5월 한국의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3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위협 담화를 반년만에 재개한 것도 북한의 추가도발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이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소형화된 탄두를 완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서 : 이제, 화제를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지난 한달 간 RFA 한국어서비스의 많은 기사들이 큰 주목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중국 상하이에 있던 북한 여공 20명이 지난 2월 행방불명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소식인데요.
양 :그렇습니다. 지난달 21일자 기사였는데요. 중국 내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상하이 의류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여성 노동자 20명이 이들을 관리하던 담당 지배인과 함께 지난 2월 중순 행방불명됐다는 서울지국 보도였습니다. 이 여공들은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을 이유로 상하이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가운데 당시 공장으로 출근하지 않고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행방불명됐는데요. 일부에서는 집단으로 숙소를 이탈해 제3국 등으로 탈북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약 30개 정도의 한국 매체들에서 크게 주목했고 통일부 기자설명회에서도 여러 질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이후 여공들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요. 최근 상하이 등 중국 내에서도 다시 코로나19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이들이 여전히 상하이 모처에 머물고 있는지 아니면 제3국 등으로 이동했는지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 :그렇군요. 양성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지난 한달 간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다뤘던 주목할 만한 북한 뉴스들을 소개해드리는 양성원 기자의 '뉴스 하이라이트'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저는 서혜준이었습니다.
기자 양성원,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