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로 끝난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실패 원인이 새로운 추진제 조합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직접 엔진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전날 심야에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발사 과정 중 신형 추진체 1단이 공중 폭발했다며 발사 실패 사실을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는 실패 원인이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사용한 백두산 엔진 대신 산화제 액체산소, 연료 케로신(등유)의 새로운 추진제 조합을 사용한 것입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28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분석글에서 “이 추진제 조합은 높은 비추력을 생성해 단위 연료당 높은 추력을 생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한국 발사체인 누리호,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 발사체에도 사용하는 조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이어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할 경우 발사 전 지상에서 산소를 액체상태로 유지, 관리하는데 상당한 시설 및 장비 설치가 요구된다”며 “한국의 나로 발사장 지하에는 액체산화제의 극저온 온도, 영하 183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장 센터장은 “극저온 온도에 견디기 위해서는 로켓엔진의 산화제 관련 소재를 모두 바꿔야 하는 등 극저온 추진제 엔진 개발에 최소 2~3년은 소요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장 센터장은 “북한이 이러한 극저온 추진제용 엔진을 단기간에 개발했다기보다는, 러시아로부터 엔진을 들여와 수차례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한 이후 발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극저온 추진제는 탄도미사일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러시아로서는 한국의 나로호 사업에 대해서도 (같은 유형의) RD-151 엔진을 제공했는데, 북한에는 왜 제공하지 못하냐는 변명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이것은 (러시아로부터) 통째로 가져왔다는 게 상당히 명확해 보여요. 그렇지 않으면 이 짧은 시간 내에 할 수가 없거든요. 우리가 한국한테도 팔았는데 왜 북한한테는 못 주냐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변명거리가 러시아에게 있는 거죠.
러시아가 액체산소, 케로신 조합의 완성된 추진체를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엔진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명예연구위원은 발사체 이전은 “러시아가 한국 나로호에 대해서도 진행했던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명예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러시아가 발사체에 대해 지원해주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러시아가 북한에게 크게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명예연구위원은 “적어도 북한이 성공할 때까지는 러시아가 계속해서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러시아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고는 어렵다, 불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적어도 엔진, (나아가) 가능하기로는 발사체 자체를 가져왔다고 보죠. 일단 성공할 때까지는 러시아가 지원할 거라고 봐요. 그다음 어떻게 될까는 북러 간 협상의 문제겠죠.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만약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본격적인 우주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직접 엔진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오래 전부터 액체산소를 활용한 엔진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민간용 액체연료 엔진을 채용함으로써 조금 더 본격적인 우주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거예요. 이제 북한은 ICBM를 위한 발사 실험보다는 본격적인 우주 발사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한편 한국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엔진 제공 가능성과 관련해 “기술전수, 설계제공, 부품제공 등 여러 수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또 북한이 “작년 실패했을 때와 달리 추가 발사계획을 공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발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어떠한 종류의 엔진을 사용했든 간에 “탄두만 바꾸면 미사일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