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관영 매체들에서는 관련 소식은 물론 러시아 관련 언급도 꺼리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초 러시아와 친선관계를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다고 자랑하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매체는 여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담당 부상이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그럴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것 외에 북한군 파병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를 살펴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주로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대로 보도하고, 러시아와는 기술 분야, 체육 분야 등에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도만 간단히 보도합니다.
북한 내부에 관련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올해 초 북한이 러시아와 급격한 속도로 밀착하며 양국 간의 친선을 북한 내외부에 적극적으로 선전해온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특히 지난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때는 며칠간 러시아 영화에 북한말을 덧입혀 방영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모습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북 보위성 , 우크라전 참전 소식 유포자 색출 Opens in new window ]

다만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에서 군인교양에 좋은 영화라고 평가된 ‘근위병의 아들들’ 등 군 소재 북한영화를 최근 지속적으로 방영하고 있습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러시아로의 파병을 공식화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에게 '파병'이나 '참전'이 줄 수 있는 여러 반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먼저 대규모 파병 또는 참전을 공식화할 경우, 이에 대한 국무위원장의 승인, 최고인민회의 절차를 형식적으로 밟아야 하고 참전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어떻든 선전하고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파병 결정과 전쟁 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걱정, 정보 욕구가 발동하면서 민심이 동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파병과 참전 관련 선전 프레임을 대대적으로 가동해야 하는데, 민심을 확실하게 설득할 수 있을지 북한 지도부도 우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홍민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는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에 주둔한다는 점, 러시아군 군복을 입고 용병처럼 참여하고 있는 점, 북한군 자체의 독립적인 작전이 아니란 점 등으로 볼 때 '파병'이나 '참전'을 공식 인정하기 보다는 군사지원정도로 이 사안을 다루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소식을 유언비어로 일축하며 관련 소식을 전하는 주민들을 색출하는 검열 조직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8일 RFA에, 군인 부모들은 자식들의 파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