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군절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후계자설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8일 건군일 75주년을 기념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행보를 보도하면서 그가 딸 김주애, 부인 리설주와 북한군 장성 숙소를 방문한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김주애는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 고위급 장성들을 배경으로 중앙 자리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관영매체에 김주애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을 방문하는 모습이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 1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찰하는 모습을 포함해 5번째 입니다.
김주애가 최근 주요 정치·군사 관련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자 전문가들은 지난해 김주애의 첫 등장 당시 단순히 관심 돌리기나 다정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에서 김주애의 후계자설에 더욱 무게를 실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Ken Gause) 선임국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 후계자를 앉히기 한참 전 미리 분위기를 띄우는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아직 10대인 김주애가 당장 후계자로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은 없지만 수십 년 후 중앙 지도부가 여성인 김주애를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 :김주애가 권력을 승계하긴 아직 너무 어립니다. 알다시피 북한은 유교에 입각한 남성 지배적 사회입니다. 김주애든, 김여정이든 여성 후계자에 대한 생각을 사회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주애가 북한의 차세대 지도자로 양성되는 과정에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김정은 총비서가 가까운 시일 내 사망한다면 여동생(김여정)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8일 전자우편을 통해 김주애에 대해 과거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표현하던 것에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 ‘존경하는’이란 표현을 쓴 것을 언급하며 김주애가 앞으로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보다 명확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실장은 북한 관영매체 1, 2면에 걸쳐 김주애를 중앙에 앉힌 사진을 게재한 것과 관련해서도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국내외 정책에 중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북한 주민들이 4대 세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 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경제적으로 실패한 김정은 총비서가 관심을 돌리고, 인간다운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딸을 앞세우는 것이란 지적도 내놨습니다.
베넷 연구원 :그는 자신이 그저 한 아이의 아빠, 한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이는 모두 김정은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것이죠.
베넷 연구원은 또 김주애를 국가의 주요 행사 전면에 앞세우는 이유에 대해 권력 2인자로 불리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견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미북, 남북정상회담이 한창이던 2018~2019년, 해외 언론들의 의해 김여정 부부장의 권력 승계설이 점화된 데 대해 우려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