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열리는 한반도 외교안보 세미나에서는 '한국 자체 핵무장 여론'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건데요. 전문가 토론회에선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9일 스웨덴(스웨리예) 스톡홀름대학에서 열린 국제세미나.
스웨덴의 비영리 연구소인 ISDP(Institute for Security & Development Policy)가 인도태평양과 외교안보를 주제로 연 세미나 입니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 프랑스 경제동향연구소 연구원과 미 스탠포드대 객원교수 등을 거친 한국의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가 연사로 나섰습니다.
이재승 교수는 인도태평양 개념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해 강연하면서, 최근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한국 자체 핵무장 여론’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재승 교수 : 1,000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갤럽의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조사였습니다.
이 교수는 만일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한다면 북한이 핵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와도 또다른 차원의 핵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은 안보적으로 어느정도 이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로인해 발생하는 외교적, 정치적 비용이 훨씬 더 크다면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게 해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미국 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확장억제’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이 다뤄졌습니다.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 시점에서 냉전 때와 같이 한국에 핵을 재반입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전날인 8일 ‘로스앤젤레스 세계 문제 위원회’(Los Angeles World Affairs Council)’가 온라인으로 개최한‘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역할’세미나에서도 ‘한국 자체 핵무장 여론’에 대한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주한 미 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나와 한국에서의 여론조사를 소개했습니다.
응답자 77.6%가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한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결과입니다.
스티븐슨 소장 : 한국인들에게 '자체적으로 핵무기 능력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에 나설 경우 경제적으로 입게될 손해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국 원전 기술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 수출하려는 사업 등 규모가 큰 원전 프로젝트가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진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수입을 억제하면서, 한국 자동차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 등이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서 미국을 예전처럼 신뢰하지 않게 됐고, 나아가 미국의 확장억제전략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등 분야에서 한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