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사진첩에도 김주애 부각…‘후계자’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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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공개한 열병식 사진첩에서도 김정은 당 총비서의 딸인 김주애의 모습이 부각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김주애가 김정은 총비서의 후계자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외국문출판사가 21일 홈페이지에 ‘조선인민군창건 75돌경축 열병식’이라는 제목의 사진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8일 진행된 열병식 당시의 상황이 담겼습니다.

이 사진첩에는 김주애의 모습이 상당부분 할애돼 있어 주목됩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의 손을 잡고 걸으며 도열한 북한 군의 사열을 받거나 김 총비서에게 기대 친근하게 스킨십을 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함께 찍은 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박수를 치는 단독 사진도 포함돼 있습니다. 어머니인 리설주에 비해 더 주목받는 구도로 촬영됐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의 모습은 이번 사진첩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북한이 새로 발행하는 우표에 김주애의 모습을 담거나 김주애가 타는 것으로 보이는 백마가 등장하는 등 김주애의 우상화 작업인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김주애 후계설’에 대한 논란이 한국 내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김주애를 부각시키는 의도에 대해 4대 세습을 분명히 하고 이른바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한 체제결속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같은 평가를 내립니다.

다만 김주애가 김정은 총비서의 후계자라는 가설에 대해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김주애가 후계자일 경우 ‘김 씨 세습’ 구도가 와해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에선 여전히 남존여비 문화가 강하다는 이유도 덧붙였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주애 후계설’이 성립하려면 김정은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직책으로 첫 등장한 것과 같이 김주애도 지위가 필요하다”며 김주애 후계설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9월 북한 정권 수립 74주년 경축행사에서 김 총비서의 딸로 추정되는 아동이 포착됐다는 일부 외신 보도 때문에 김주애를 공개할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류 전 대사대리는 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장인인 전일춘 전 39호실장을 통해 남자 아이의 물품을 수입해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 (한국 정보당국이) 아들이 있다는 걸로 얘기했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아들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가능성도 열어 놔야죠. 그런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김주애는 알았어도 그 위에 오빠 옷 들여온 건 모릅니다. 김주애 옷은 들여왔단 말이죠. 사이즈, 몇 살짜리, 여성, 남성 이런 것이 다 있거든요. 핑크색이면 여자 옷이니까요.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도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고 전 부원장은 “가부장적인 정서가 강한 북한에서 ‘김 씨 조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이라며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면 그 다음 후계자의 성이 바뀌기 때문에 북한에서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분석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실장도 김주애 후계설을 일축했습니다. 김 총비서 자녀들 가운데 김주애에게만 ‘존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김주애가 어머니인 리설주보다 상급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때 김주애의 후계설이 성립된다는 겁니다.

차 실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주애의 등장은 백두혈통의 영속성과 존귀함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가장 설득력 있다”며 “김주애의 개인적 능력에 대한 신화가 나오기 시작해야 (후계 여부를) 식별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주애가 후계자로 낙점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종의 후계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견해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주애가 후계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최근 일련의 과정은 후계자 수업과 매우 유사합니다. 김정은이나 김정일이 후계자로 낙점된 이후 아버지의 현지지도를 따라다녔던 것과 동일한 패턴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후계자 수업의 일부로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주애가 이미 후계자로 낙점된 것으로 평가합니다. 지난해 11월 김주애에게 사용한 ‘존귀하신’이란 수식어의 경우 최고권력자에게만 사용된다는 점, 그리고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표현도 후계자를 의미한다는 겁니다.

정 실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분석글을 통해 “열병식 참가자들이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칠 때 북한 TV가 수시로 김주애를 비췄다”며 “북한은 지금까지 최고지도자와 후계자 외의 인물에 대해 ‘결사보위’ 구호를 외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새로운 우표의 도안에 김주애의 모습을 넣었고 ‘주애’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북한 여성들에게 개명을 강요했다는 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언급하며 김주애 후계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정 실장은 “김정은은 1992년 후계자로 내정됐지만 이를 소수 측근들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정남이나 김정철이 후계자란 외부세계의 억측으로 마음 고생을 했다”며 “따라서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 사실을 조기에 공표함으로써 미래의 후계자에게 간부들과의 폭넓은 접촉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