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비핵화는 단계적인 진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군비통제와 같이 현실적인 의제부터 제시하며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9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 국정과제 추진방향' 보고서.
보고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목표라고 해도 비핵화는 단계적 진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군비통제나 군축 등 보다 현실적인 의제를 제시하며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앞서 3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반도 안보 협력’ 보고서에서도 “정부가 남북 간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북핵문제의 원칙과 현실 사이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북한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지난 2022년 9월 핵정책법령 제정을 통해 사실상 비핵화 불가론을 선언한 만큼 지금과 같이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입장에서 유연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정은이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다탄두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핵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정찰위성 등은 세계 핵 군비경쟁에서 국면 전환자(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는 무기에 해당한다”며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넘어 ‘핵군축’ 또는 ‘핵군비통제’ 접근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의 지연과 일차적 동결을 이끌어내는 것에 우선적인 목표를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내놓은 ‘담대한 구상’에서 북한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안전보장 내용을 한미 차원에서 상응조치로 제시하며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북 대화를 견인할 수단으로 안전보장을 의제로 제시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비핵화를 포함한 ‘상호안전’을 출발점으로 제안할 경우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그나마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북미관계 개선을 지원하는 외교적 차원의 안전보장, 대화기간 동안 상호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신사적 조치의 교환 등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을 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3월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은 전단 등의 살포를 금지하며 위반한 사람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보고서는 “한국 전역으로 전단살포 금지 지역을 설정하고 있으며 처벌 수위가 과도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없이 북한 독재체제의 변화와 민주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도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을 분리하는 접근 방식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독재체제의 유지와 핵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북한 주민은 잠재적인 한국의 국민”이라며 정부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은 대북제재, 코로나 사태, 반복적인 자연재해로 대북지원의 수용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창의적인 대안 마련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인도적 위기 해소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연구책임자는 한동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