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박사 “한국, 핵개발땐 한반도 불안정 초래”

0:00 / 0:00

앵커 :북한 영변 핵시설과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를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는 미국의 저명한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한국의 자체 핵개발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커 박사는 미국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가 15일 개최한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한국의 자체 핵개발이 오히려 한국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KEI-1.jpg
15일 한미경제연구소가 개최한 회의에서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한국의 자체 핵개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해커 박사 :사람들이 제게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으면 전 '도대체 한국이 왜 그걸 원하겠느냐'고 답합니다. 제 생각에 (자체 핵개발은)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한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 겁니다.

해커 박사는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있지만 현재 핵분열 물질 생산,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능력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단순히 핵폭탄(bomb)이 아닌 핵무기(Arsenal)를 개발하는 만큼 그 동안 북핵 위협의 억제에 초점을 두고 있던 국방비와 병력 동원 등 전반적인 군비태세에 엄청난 전환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커 박사는 한국이 핵개발에 나선다면 이미 국제사회가 조약과 동의를 거쳐 만들어 놓은 ‘비확산체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특히 한국이 비확산체제 수립에 엄청난 노력을 들인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핵단추(trigger)가 적을수록 안전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이어 한국까지 핵보유에 나선다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날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한 한국 내 담론’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은 한국이 실제로 자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과 이것이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을 전했습니다.

권 연구원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는 한국이 자체 핵개발에 돌입하면 북한에 핵실험에 대한 결정을 재고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그는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한반도 내 군비경쟁이 심화되면서 안보 불안정이 더욱 커지는 등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질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이 군사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개발은 남북간 외교 재개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는 설명입니다.

권 연구원 :북한은 군사력 개발에 더 힘쓰게 될 것이고 외교에서 멀어질 겁니다.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칼 프리드호프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연구원은 한국인 70%가 핵무기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수치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프리드호프 연구원은 일반 한국민들이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직면할 결과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데 따른 답변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클린트 워크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최근 한국 내 자체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의 방어전략 수립에 한국 정부가 좀 더 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워크 연구원은 한국전쟁으로 남북한이 분단된 직후부터 70년간 한국이 미군의 개입없이 독자적으로 안보전략을 세운 적이 사실상 없다고 언급하면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자위적 방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미국에 한반도 재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언급해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