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미사일방어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내년 관련 예산을 20% 가까이 대폭 증액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진전에 맞춰 미사일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로 평가됩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사일방어청은 지난 13일 2024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새해 총 109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는 미사일방어체계에 총 31억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회계연도에 요청한 26억 달러보다 5억 달러 (19%) 증가한 액수입니다.
미사일방어청은 새해 예산안은 북한 및 잠재적인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미 본토 미사일방어에 자원을 제공하고 그 역량을 계속 향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The FY 2024 budget request continues to resource and improve U.S. homeland missile defenses designed to counter ballistic missile threats from North Korea and potentially Iran)
미사일 방어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요청한 총 31억 달러 예산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미국의 다층적 미사일방어체계인 지상기반외기권 방어체계(GMD)를 유지하고 운영하는데 903억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이 미사일방어체계는 2000년대 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 배치한 44기의 지상기반 요격기(GBI)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대기권 재진입 전에 격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방어청은 또한 44기의 지상기반 요격기를 현대화해 2028년까지 실전배치하려는 20기의 차세대 요격기(NGI) 개발에 21억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차세대 요격기는 한 로켓에 한 개의 요격체(kill vehicle)만 들어있는 기존 지상기반 요격기와 달리 여러개의 요격체를 탑재하고 있어 북한 및 잠재적인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역량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사일방어청은 또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시험하는데 418억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이 밖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식별하고 추적하는 감시능력을 강화시킨 장거리식별레이더(LRDR)에 1억 4천만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미국 앨라스카에 설치된 이 레이더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기에 식별해 이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로 격추하는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로버트 수퍼 전 미 국방부 핵·미사일방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사일 방어청의 새 예산 중 차세대 요격기 개발 액수가 많은 것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수퍼 전 부차관보:차세대 요격기 개발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미 행정부가 본토 미사일방어를 현대화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 보다 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미사일방어 운용을 담당하는 미 북부사령부의 글렌 벤허크 사령관은 지난 8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진전하는 탄도미사일 역량이 향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벤허크 사령관은 지난 2월 8일 북한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 탄도미사일 역량을 보면서 북한이 제한된 탄도미사일 공격만 방어할 수 있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능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북한 열병식에선 10기 이상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거 등장했는데 전문가들은 그만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역량이 강화된 것이라며 미국은 차세대요격기를 빨리 배치해 미사일방어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