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7일 비공식 회의를 열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미국과 알바니아가 주최하고 한국과 일본이 공동후원한 이번 회의는 안보리 회의 방식 중 비공식 협의 형태인 '아리아 포뮬러'(Arria-Formula) 형태로 열렸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침해는 매우 심각할 뿐 아니라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과 직별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은 여러차례의 불법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날"이라며 "오늘 이 비공식 회의가 조만간 안보리 공개회의로 전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전문가들은 반인도주의 범죄가 북한 지도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으며 '개선의 조짐'(no signs of improvement)이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며 "또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발사 자금은 북한주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릿 호자(Ferit Hoxha) 주유엔 알바니아 대사도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에 살고 있는 2천500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들 대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북한 주민들은 가장 억압적이고 강압적인 정권으로 인해 유례없는 인권 유린과 잔혹함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서 자유는 오직 한 사람(김정은)만을 위한 것이고 불행과 억압은 모든 주민들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역시 이날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보고하고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북한 인권침해 범죄에 책임있는 자들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그 어느때보다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규약 준수는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인터넷 등 정보를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고, 이러한 통제는 주민들의 식량 등을 강탈하는 무기 프로그램으로까지 확장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이서현씨와 조셉 김 씨도 참석해 자신들이 겪은 인권침해 실태를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서현 씨: 북한에서는 무고한 사람들, 심지어 아기들도 수용소로 보내집니다. 북한 주민들이 저지른 유일한 죄는 북한에서 태어난 것뿐입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5일 이날 회의를 유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중계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안보리 이사국들에 보내면서 실시간 중계가 무산될 뻔하기도 했으나, 안보리 비이사국과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에 이날 회의가 모두 공개되면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그린필드 미국대사는 "일부 국가들이 북한 인권 문제가 안보리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날 회의가 생중계되는 것을 막았다"며 중국 등을 겨냥했습니다.
그린필드 미국대사: 이 회의는 공개되며 전 세계가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의 인권 유린과 국제 평화 위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그들은 북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차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영국과 일본, 스위스 등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적극적인 개입을 환영한다며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