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외화사용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격적인 북중무역을 앞두고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4일 “이달 들어 전국에서 외화사용을 금지한다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가 있는 주민에 대해서 가차 없이 단속해 몰수하는 방법으로 외화유통을 통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청진시 각 지역마다 인민반 회의가 열리고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사용을 금지한다는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었다”면서 “외화를 보유한 주민들은 장마당이나 상점에서 무조건 내화로 바꿔서 사용하라는 방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주로 환전할 때 환율이 낮은 국가은행 대신 개인을 통해 환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또 “때를 같이하여 길거리 규찰대와 순찰대가 사람들을 단속해 주머니를 뒤지거나 짐을 수색하여 외화를 찾아내고 있다”면서 “단속과정에 외화가 발각되면 이유 불문하고 몰수하는 것은 물론 입수경위와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하지만 실제로 오래되고 낡은 내화지폐는 너무 헐어빠져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면서 “또 중국돈 100위안이 현재 환율로 내화 약 12만원이여서 1천원짜리 내화지폐로 교환하면 120장이나 될 정도로 부피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은 당국의 외화단속을 피하려고 소량의 내화만 바꿔 사용하는 척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헐어빠진 지폐를 교환할 여력도 없는 당국이 외화를 쓰라 말라할 처지냐며 당국의 외화사용 금지령에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이달 들어 중앙에서 외화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면서 “과거에도 당국은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외화를 걷어 들이려고 주민들에게 외화사용 금지령을 내렸던 적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에서는 최근 또다시 내려진 외화사용 금지령에 굳게 닫혔던 조-중 세관 개통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면서 “과거(2010년)에도 조-중 교류를 앞두고 북한 당국은 외화사용 금지령을 내리는 방법으로 외화를 끌어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10년 당시에도 북한 당국은 외화사용 금지령을 내렸지만 내부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자 몇 달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6년 외화 관련 업무를 하다 한국으로 온 한 탈북민도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중무역 재개를 앞둔 북한 당국의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화 관련 업무 탈북민: 요즘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중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을 개시하기 앞서 주민들로부터 최대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북한에서 군부대 외화기지 기지장을 역임했던 이 탈북민은 또 북한 당국이 아무리 외화를 걷으려고 해도 주민들이 협조하지 않아 외화 몰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평안북도 주민 소식통도 북한 당국의 어려운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길에 늘어선 노동자규찰대와 안전부 순찰대가 먹잇감을 노리는 승냥이처럼 사람들을 붙들어 몸과 짐을 수색하면서 외화를 찾아내느라 혈안이 돼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당국이 장마당 한쪽에 환전소까지 차려놓고 주민들의 주머니에 있는 외화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내화를 사용하라는 당국의 외화금지령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장마당에서 전문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내화지폐가 너무 낡아 풀로 붙이거나 종이를 덧대는 일이 장사보다 더 번거롭다”면서 “돼지고기 데꼬(대규모 상인)나 큰 장사꾼들은 저녁마다 사람을 고용해 돈을 붙이는 작업을 해야 할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