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과 관련한 전문가단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조진우 기자와 함께 주요 핵심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이번 보고서는 유엔 대북제재가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이행됐는지 종합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1년에 두 차례, 중간보고서와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미 지난해 9월 중간보고서가 공개됐고, 지난 1년 동안의 활동을 정리한 최종보고서가 지난 5일 공개됐습니다. 최종보고서에는 전문가단의 조사관들이 자체 조사를 하거나, 유엔 회원국들의 협조를 받아 확보한 북한의 제재위반 행위가 망라돼 있습니다. 총 487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의 보고서에서 전문가단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핵 시설을 꾸준히 가동하는 한편, 지난해 8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포함해 모두 73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ICBM 개발을 위한 고출력 로켓엔진을 시험했고, 선제 핵 공격 위협까지 하고 있다고밝혔습니다.
앵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연계된 해커 조직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자산을 훔쳐 핵무기 개발 자금을 충당했다면서요?
기자 : 그렇습니다. 전문가단은 최근 언론 보도와 사이버보안업체의 추정치를 인용해 북한이 작년에 해킹 등으로 갈취한 가상화폐 규모가 최소 6억3천만 달러에서 1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했습니다. 전년도인 2021년 가상화폐 절도액의 2배 이상 규모입니다. 북한의 사이버공격 대부분이 북한 정찰총국의 통제 아래에 있는 집단에 의해 수행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전문가단은 김수키와 라자루스 그룹, 안다리엘 등 해커 조직을 정찰총국이 통제하는 해커그룹으로 적시했습니다. 특히 북한 해커 조직들은 지난해 외국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기업과 이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공격을 벌인 것이 특이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고, 이를 빌미로 이익을 챙기거나 무기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했다는 전문가단의 설명입니다.
앵커 : 북한의 해커들이 우방인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를 사이버 공격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북한의 사이버공격 수법이 예년보다 자세히 기술됐다면서요?
기자 :전문가단에 따르면 한 사이버보안 회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체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APT(지능형 지속위협) 그룹을 북한 정부와 연계된 라자루스로 지목했습니다. 라자루스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의 한 정부 기관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지식재산 도둑질을 목표로 전통적인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단은 이러한 사이버 스파이 행위에 대해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자루스는 이외에도 가상화폐 개발자들에게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구인 광고로 위장한 악성파일을 보내 이들의 손전화기를 감염시켜 불법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해커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가짜 가상화폐 앱을 만들어 이용자들의 가상화폐를 훔친 사례도 있습니다. 이밖에도북한 해커들은 여러 나라의 중소기업에 악성코드를 무차별 살포해 피해자 컴퓨터의 파일을 암호화 한 뒤 이를 협박해 가상화폐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는 1년에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석유량을 50만 배럴로 제한했는데, 북한이 정유 제품을 불법 수입한 다수의 사례가 포착됐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문가단은 북한이 유조선을 통해 정유 제품에 대한 불법 수입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공식 통보된 정유 공급량이 연간 상한인 50만 배럴의 21%에 불과하지만 이미 지난해 10월에 정유제품 공급량이 연간 상한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서한이 제재위에 제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 식별장치 신호를 끄는 방법 등으로 석탄을 중국 해역으로 수출하는 등 해상에서 제재 위반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래 금지에도 중국의 도움으로 꾸준히 수송용 선박을 입수할 수 있었다면서요?
기자 :일단 북한은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신규∙중고를 불문하고 수송용 선박이나 유조선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이후에도 20척의 선박을 취득해 제재 회피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단은 북한의 선박 취득이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복수의 중개인이 개입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등록지가 세탁된 뒤 북한으로 넘어가고, 거래가 종료된 후에도 국제해사기구(IMO)에 관련 정보에 대한 신고를 최대한 늦춘다는 겁니다. 전문가단은 이 같은 거래를 주도하는 국가의 이름을 보고서에 적시하진 않았지만, 든 사례는 대부분 중국 선박이나 회사, 중국 국적의 인물들이 관련돼 있었습니다. 이어 북한이 불법 수입한 중고 선박들이 불법 해상거래 등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각국의 선박 판매 당사자들이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총 25척의 선박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신규 지정할 것을 대북 제재위에 권고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무기금수 제재를 무시하고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 계속 군사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글로콤은 군용 무전기와 전장 레이더 및 소프트웨어 제어시스템을 계속 판촉하면서 신제품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회원국에 따르면 글로콤은 지난해 6월 에티오피아 국방부로 두 차례 무선장비를 수출했습니다. 전문가단은 안보리 결의상 금지된 북한과 다른 나라들의 소형무기 및 경화기 밀거래 의혹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005년부터 캄보이다에서 활동하는 북한 사업가 리철남이 무기 밀매에 관여하고 다이아몬드와 금 거래를 중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북한이 유럽 연구소와의 '과학 협력'을 통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하던데 자세한 내용 소개해 주시죠.
기자 :이번 전문가단 보고서는 북한 과학자들이 어떻게 감시망을 피해 서구 과학자들과 교류했는지를 아주 상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 과학자들은 독일 막스보론 연구소와 함께 지난 2017년부터 9건의 학술 논문을 공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임성진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와 북한 국가과학원 소속 김광현 박사가 지난 2008~2012년 사이 일정 기간 막스보론 연구소에 몸담은 뒤 이후에도 이 연구소 학자들과 협력을 이어갔습니다. 김일성대 소속의 다른 과학자 7명도 9건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스웨덴의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북한 연구자들이 또 다른 스웨덴 연구소에 취업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20년 박사 과정을 마친 한 북한 연구자를 월급 3만4천 스웨덴 크로나(미화 3천200달러)에 고용한 것인데요, 전문가단은 이처럼 돈을 주고 북한 국적자를 고용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해외노동자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영국의 한 대학에 3명의 북한 국적의 대학생이 재학 중이고, 브라질에서도 북한 국적 학생 4명이 대학원을 졸업해 국제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전문가단은 북한 최고 권위의 집단 미술창작단체인 '만수대창작사'의 그림 등 고가의 예술 작품들이 온라인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죠?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한 문화교류단체의 웹사이트에서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을 포함한 북한 그림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또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중국의 한 회사도 웹사이트에 만수대착장사 작품을 포함한 북한 작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전문가단은 이들이 지난 2021년 4월 만수대창작사에서 활동하는 북한 예술가들을 초청해 전시회를 개최한 것외에도 북한 당국 및 외교 공관과 함께 북한 미술품 전시회를 자주 개최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전장에서 사용할 포탄과 보병용 로켓, 미사일 등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거듭된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죠?
기자 :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18일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기차가 넘어가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지난 1월 공개하면서 북한이 보병용 로켓 등을 이 기차에 실어 러시아로 보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전문가단은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단은 이 기차가 탄약 수송에 사용됐다는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보고서 각주를 통해 "2명의 전문가는 전문가단의 기준에 따른 조사 수행과 증거 수집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기 전에는 전문가단 차원의 평가를 보고서에 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믿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고서 기재에 반대한 전문가 2명이 누구인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를 놓고 서방과 늘 대립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 전문가가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조진우 기자와 함께 최근 공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최종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