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대외 선전용으로 만든 온라인 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여전히 태양절 관련 영상 대신 귀여운 소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 뿐입니다. 자세한 내용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
북한 최고 명절인 태양절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는 9일 하루에만 태양절 관련 기사 5건이 올라왔습니다.
기사에서 태양절은 ‘민족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로 묘사됐습니다.
반면 북한이 선전 활동을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송아(Sally Parks [송아 SongA Channel)'와 ‘유미(Olivia Natasha- YuMi Space DPRK daily)'의 채널에서 태양절 관련 영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7일 등록된 영상에서 송아는 자신의 중학교 입학식 모습을 공개했고, 대학생인 유미는 2주 전 영상에서 평양 대동강 수산물 식당에서 생선회와 매운탕을 먹는 모습을 공유했습니다.
그 외 두 채널의 최근 영상 역시 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거나, 전통한복을 소개하며 보여주는 일상들 뿐입니다.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조선중앙통신이나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볼 수 있는 사상적 선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선전선동부가 해외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유행을 따라 선전 방식과 대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선전선동부가 국제적인 트렌드에 대해서도 연구를 합니다.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을 하는 거에요. 젊은 세대는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유투브에서 보이는) 그런 삶을 보여주면 '어떤 탈북민들은 굶어죽고 쥐 잡아먹고 이랬다고 했는데 이 친구들 사는 거 보면 평범한 것 같고.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죠.
시대적 흐름에 맞춰 북한 당국도 대외 선전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현승 연구원은 또한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정권이 이를 반박하는 데에 선전 활동을 더 치중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국제사회가 많은 비판을 하잖아요. 북한이 주민들의 생활에 관심 안 가진다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까, 이런 것들을 반박하는 차원에서 북한이 '우리가 주민들에게 삶의 질과 향상을 보장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태양절을 선전해서 북한 정권이 얻을 수 있는 메리트(이익)는 많지 않거든요.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코로나 이전에는 태양절을 국제적 명절로 만들기 위해 마라톤이나 음악회 같은 문화 행사도 개최하며 대외적인 홍보에 힘썼지만, 국경이 닫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송아와 유미의 채널은 개설한 지 각각 14개월과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2월 유튜브의 관리 회사인 구글 측에 북한의 대외 선전용 가능성이 있는 계정들에 대해 문의했지만 “검토 결과, 공유된 채널이 구글의 정책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채널을 삭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돌아왔습니다.
반면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던 ‘우리민족끼리' 유튜브 채널은 앞서 2017년, 2018년, 2020년, 그리고 지난해 9월까지 유튜브의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강제 폐쇄된 바 있습니다.
폐쇄 전 영상의 대부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찬양하거나 국방력을 과시하고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자 자민 앤더슨,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