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풍계리 탈북민’ 피폭 전수조사 5월부터 실시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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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통일부는 다음 달부터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길주군과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한국 통일부.

오는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탈북민 89명을 대상으로 첫 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13일 발표했습니다.

전체 조사 대상자 796명 가운데 희망자 80명, 기존에 검사한 40명 중 방사능 수치 등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9명이 첫 조사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가운데 40명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를 실시해 모두 9명, 약 22.5%의 검사 대상자들에게서 피폭 흔적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다만 표본 수가 적고 대조군을 설정하지 못해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습니다.

대조군이란 실험 결과가 제대로 도출됐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비교를 위해 설정한, 어떤 조작이나 조건도 가하지 않은 집단을 말합니다.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진행되는 이번 전수 조사에 소요되는 재원은 약 1억 4천만 원, 미화로는 10만 7천 달러 정도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의료지원 예산이 투입됩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1차 조사를 끝낸 뒤 내년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일각에서는 조사 준비 과정에서 관련 조사를 해온 민간 측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적은 첫 검사자 수와 대조군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기존 검사의 한계점이 여전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의 말입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이번에 발표한 검사 계획, 아니면 전과 같은 방식으로 검사를 반복적으로 진행할 때는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해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어렵다는 결과가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한국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12일 경기 파주 국립 6·25전쟁 납북자 기념관에서 이들을 만나 “정부와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김 여사가 이 자리에서 납치 등 북한 인권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최성용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의 말입니다.

최성용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참석자들이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납북자·억류자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준 것에 감사를 나타내면서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고, 김 여사도 납치 문제 등에서는 북한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의 말입니다.

김정삼 씨(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참석자들이 이런 자리가 마련돼서 그 동안 겪어온 고통에 대한 이야기 한 마디를 듣는 것이 큰 위로가 됐다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앞서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캄보쟈)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이 즉각 석방돼야 한다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의 법적 처벌 등 사유로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은 6명이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는 한국전쟁 이후에만 3천 8백여 명으로 이 가운데 516명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