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정찰위성 발사 성공해도 게임체인저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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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완성됐다며 계획된 시일 내 발사하라고 지시했지만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수준이 낮아 위협적이 않다는 각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Markus Schiller) 박사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도 그 위성이 판도를 바꾸는 위협(game changer)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실러 박사는 첫번째 이유로 북한의 정찰위성이 지상을 정찰하기 위해선 저궤도(LEO)에 위치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위성은 위치에 따라 저궤도(LEO), 중궤도(MEO), 정지궤도(GEO)로 구분되는데 보통 지상으로부터 200~1천500㎞ 상공을 저궤도로, 1천500~3만6천 ㎞ 상공을 중궤도로 구분합니다. 3만6천 ㎞ 상공 위성은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공전해 지구상에서는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여 정지궤도 위성이라 합니다.


실러 박사는 위성이 저궤도에 계속 위치해 있으라면 시속 2만8천 km로 빠르게 공전해야 하는데 저궤도에는 공기가 남아있어 위성이 공전할 때 공기 저항으로 속도가 떨어질 수 있고 그러면 지구 중력으로 위성이 지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위성은 저궤도에서 매 90분마다 지구를 한바퀴 도는데 그 때 지구도 자전해 위성이 지상의 같은 장소로 다시 가는 날이 일년에 며칠 뿐이고 그 때도 몇분 간 지나가기 때문에 정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수천 여개의 정찰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고 정찰을 하고 있다며 김정은 총비서가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이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실러 박사는 하지만 북한이 그렇게 많은 수의 정찰위성을 발사할 수 있을 지 개발 수준이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 정찰 위성의 자료 전송(data transfer) 능력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 등의 자료를 북한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갈 때 북한 내 지상기지(ground station)에 직접 연결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찰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가는 날은 일 년 중 며칠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외 다른 곳의 지상기지나 다른 정찰 위성에 자료를 전송해야 하는데 러시아나 중국이 이것을 도와주지 않는 한 북한은 현재 이런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해도 위성사진 분석 능력이 약해 이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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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22년 12월 19일 전날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위성시험품’ 성능을 시험했다면서 서울과 인천 일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군사 정찰위성으로 쓰기에는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연합


베넷 선임연구원: 북한은 얼마전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거기서 찍은 지구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의 해상도가 매우 떨어졌습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해 찍는 사진도 비슷한 수준일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에서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라며 북한이 이렇게 사람들을 양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때 대가로 뭔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그것이 성능 좋은 위성사진 기술과 이 사진들을 판독하는 역량, 그리고 북한 정찰 위성이 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러시아 지상기지나 위성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위성사진분석 전문가인 데이비드 쉬멀러(David Schmerler) 선임연구원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위성은 한반도에서 매일 매일 변화를 추적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위성사진은 정보 수집, 전쟁 작전계획에 필수라며 북한 정찰위성이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려면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지 또 고해상도의 위성사진을 전송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도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무기들은 이미 위치가 잘 알려진 도시 등을 겨냥하고 있기 북한 정찰 위성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