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대 중국∙러시아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로 악화되고 있지만 북한 문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북한 문제 해결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자세한 내용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사실상 대만을 두둔했습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20일)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한국 정부는 즉각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이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다음날인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원색 비난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다음날 한러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거론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에 관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러시아 대사관도 같은 날 "한반도 안보 상황의 맥락에서 양자 상호작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의 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가 북한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미국 혹은 한국과의 협상재개에 관심이 없고,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등 북한이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에 화를 낸다고 해도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차이를 내지 않을 겁니다. (Even if Russia and China are angry at South Korea, it's not going to make any difference in terms of North Korea's unwillingness to negotiate)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위협은 북한 문제 해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나쁜 행동들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방해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기업들 및 자국민들의 대북제재 위반을 눈감아왔고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반복되는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한 추가 유엔 대응을 반대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페트리샤 김 연구원은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광범위한 평화 규축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은 항상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신중히(carefully) 관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이런 자제(restraints)와 배려(consideration)가 중∙러로부터 상호적으로 응답받지 못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거나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윤 대통령과 그의 가치에 기반한 외교정책 즉, 한국을 미국 및 같은 생각을 가진 동반자들과 동조시키는 것(align)이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지금 시험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윤 대통령의 결정들이 남은 임기 동안 그의 외교 및 국가안보 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컨설팅업체 LMI의 정책실무담당자인 수 김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 혹은 중국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윤 정부의 최근 행동들은 이전 한국 정부와 달리 러시아 혹은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국이 이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더 큰 분노를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 행동들은 동맹인 미국과 더 일치(synchronization)하겠다는 것과 동시에 민주주의와 자유 세계의 가치를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1일 정례기자 설명회에서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난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 등 주요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인도·태평양 전역의 동료국가, 동맹국과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단트 부대변인은 “우리는 베이징(중국)에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중단하고 대신 대만과 의미있는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대만 전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의 번영과 안보의 가치라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중국 측에 개성공단 투자 유치를 요청한 것이 유엔 안보리 위반이냐는 질문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모든 관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처음부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명확히 했고, 여러 방법으로 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오늘날까지 북한은 관여하겠다는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