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악화 속 한반도 정세 영향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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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이번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 발언으로 한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자세한 내용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 (이 문제는) 북한 문제처럼 지역 차원을 넘어선 세계적 문제”라고 한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중국이 강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중국 외교부장이 공개석상에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최고 수위의 경고성 표현을 내며 한국 정부에 불편함을 드러냈고, 23일에는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이 주중한국대사에게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외교적 입장을 분명히 밝히자, 중국 외교 당국이 연이어 거친 표현을 동원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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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의장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 (사진부공용/YNA)

이러한 비판은 중국 정부 차원 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중국의 온라인 사회연결망 서비스 웨이보에는 친중국 성향의 한 유력 정치평론가 겸 앵커(황즈씨안)가 “한국은 거만하고 비이성적인 나라이자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윤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글을 올리자 네티즌들은 “한국은 벌을 받아야한다”, “미친 개가 짖는다” 라는 댓글을 달며 호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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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김정은에 구두친서…"북중관계에 대한 전략적인도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게 구두 친서를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 (김성환/YNA)

중국이 이처럼 한국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이 남북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의 전형적인 갑질 형태는 놀랍지도 않다”며 중국은 타국에 과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통제력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반응이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한미 군은 통합된 준비태세를 갖추고 전력을 끊임없이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김정은을 협상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상당한 영향력이 있지만 행사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한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미 동맹과 한미의 상호 안보에 영향을 끼치게 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 신문 외교전문기자 역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의 대립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 한국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힘이 너무 강한 중국, 러시아와 일부러 싸우려고 하는 태도는 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보면 한반도, 북한 문제에 미국도 영향력이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영향력이 있고 특히 요즘 북한이 점점 러시아나 중국 쪽으로 매달리는 그런 분위기기 때문에···.

마키노 기자는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패권 국가들의 수가 늘어나고 힘이 강해져, 과거와 비교해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정세가 호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경색된 관계가 북한 문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도 있습니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안보석좌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만 문제와 한미일의 통합 미사일 방어체계, 반도체 문제 등은 중국의 외교적 접근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예민한 문제라며 중국의 날선 입장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은 자국이 우선시하는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위해 외교적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의 미국 중심 외교 방향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크로닌 안보석좌는 이어 중국은 지금처럼 북한이 붕괴 위협으로부터 보호되도록 도우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조용하고 간접적인 제약만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남북, 북미 간의 교착된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석 아래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거나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가운데 이번 회담이 한중 관계, 더 나아가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기자 자민 앤더슨,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