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된 북중관계, 미북 비핵화회담에 영향 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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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최근 북중 관계가 개선된 점이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더디게 하는 요소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밀착된 관계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이같은 밀착된 북중 관계로 인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대북제재를 일정부분 완화시키고 이를 통해 미국과 협상할 시간을 벌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과 5월, 6월 등 3차례에 걸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북한의 경제참관단은 중국의 여러 시설을 둘러보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배우러 왔다고 밝혔습니다. 주목되는 점은 김 위원장이 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를 ‘한 식구’, ‘한 참모부’라고 표현한 겁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강화된 북중 관계를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평화체제 문제를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참모부'라는 표현은 중국과 공동전선을 펴겠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으로선 (대미) 협상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량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1차 방중의 가장 큰 의의는 북중 관계 회복”이라며 “김 위원장의 세차례 방중 과정을 보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대미 협상력 제고의 핵심은 중국을 통한 대북제재 완화로 꼽힙니다.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대중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4.8%입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 : 지난달 열린 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중국에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제 3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제재는 상당히 완화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북중 접경지역의 지방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북교역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부연구위원은 “중국 중앙정부는 유엔 결의에 따라 강력한 제재를 준수하고 있지만 3차례의 북중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은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의 비공식 대북 경제협력을 다시 추진시키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큰 타격을 입은 지방정부와 민간기업들이 북중, 미중 정상회담을 신호로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다시 활성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민간기업들에 대북제재 이행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대북기업은 북한에서 임가공한 것을 중국으로 반입해 약간의 공정을 거쳐 원산지를 중국으로 변경, 제3국으로 수출한다”며 “최근에는 통관수속도 간소화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방정부차원에서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육로무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인 단둥시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급상승했습니다. 유학비자 형태로 북한 인력이 송출되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대북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관광사업을 위한 기반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강량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에 대해 비공식적 통로를 통한 대북 경제지원으로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이를 발판으로 대미전략을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펼 수 있는 국제정치적 상황을 북한에 제공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은 방중을 통해 중국을 끌어들인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것만으로도 대미 협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