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해킹그룹이 탈취한 가상화폐의 자금세탁을 위해 새로운 믹서 서비스 '신바드'를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신바드'측은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블록체인 분석기업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믹서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가 지난해 8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자 북한 해킹조직이 ‘믹서’ 사용처를 다양화하는 등 전략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체이널리시스는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온라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사건으로 탈취한 암호화폐 중 수천만 달러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새로운 믹서 운용체제 ‘신바드(Sinbad)’로 보내 자금 세탁을 시도한 것을 포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엘립틱 엔터프라이즈(Elliptic)도 북한 해킹조직들이 믹서 서비스‘블렌더(Blender)’의 연관 서비스로 추정되는‘신바드’를 통해 수익금 세탁을 지속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믹서’란 암호화폐를 쪼개고 섞어서 누가 송금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 및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의 암호화폐 거래 추적을 어렵게 해 자금세탁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바드 측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우리는 북한의 송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라며“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 북한의 암호화폐는 다른 곳을 통해 이더리움에서 비트코인으로 환전됐다"라며 "신바드 서비스는 비트코인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그 자금은 처음 환전된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I don’t know anything about North Korea's transactions. Because according to that research, the funds were initially stolen in Ethereum blockchain and then exchanged to BTC via decentralized bridges. I think, those funds should be searched for there. Sinbad service works only with bitcoin.)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12월~1월에 받은 비트코인이 이미 다른 믹서에서 사용됐고 그에 대한 정보가 삭제되었기 때문에 이 정보를 확인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At the moment I cannot neither confirm nor deny this information because all the bitcoins received in December-January have been already used for other mixings and the information about them has been deleted.)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바드 측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국제컴퓨터과학기관(ICSI)의 니콜라스 위버(Nicholas Weaver) 선임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가 정확하다면 신바드의 서비스는 의도적으로 이를 방관한 것”이라며“이 서비스에 의해 (북한의 송금) 추적은 가능하며, 체이널리시스와 같은 기관으로부터 밝혀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는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며“미국 법무부가 믹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기소하고 있는데, 신바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CRDF 글로벌(CRDF Global)의 레이첼 백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신바드 측에서는 북한 암호화폐 자금세탁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없겠지만, 믹서 서비스 자체가 불법적인 활동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백 연구원 : 믹서는 다른 암호화폐로 변경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를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가 맞다면 북한 해킹조직들이 토네이도 캐쉬가 제재를 받자 다른 믹서를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박재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