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샐라” 북 단천발전소 준공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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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성공적이지 못한 안변청년발전소의 사례를 교훈삼아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로 예정됐던 단천발전소 준공식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맞춘다던 북한의 단천발전소 준공식이 뚜렷한 이유 없이 연기됐습니다. 이를 두고 현지 소식통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안변청년발전소의 교훈을 잊지 말라며 더욱 철저한 점검을 독려해 준공식까지 미루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1일 “김정일 시대 만년대계의 창조물이라던 안변청년발전소와 금강산 언제(댐)는 설계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망한 졸작”이라며 “단천발전소도 그런 꼴이 날 것이 두려워 기술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안변청년발전소에 수력발전용 물을 공급한다던 금강산 언제(임남댐)는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뭄 때의 강수량에 맞추어 취수구를 설계해야 하는데 평년의 강수량에 맞춰 취수구를 설계하다 보니 발전소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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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댐에 만들어진 과거 취수구의 모습. /구글 지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2012년, 금강산 언제 상류인 회양군 구룡리 일대에 보조언제(댐)를 건설하고 북한강의 물을 끌어다 안변청년발전소를 돌리고 있다”며 “보조언제만으로도 얼마든지 발전소를 돌릴 수 있었는데 수많은 군인건설자들을 희생시켰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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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금강산댐을 대신해 건설된 보조 댐과 새로운 취수구의 모습 /구글지도

북한은 1986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군인들을 동원해 안변청년발전소 건설을 시작했고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6년에 발전소 건설을 완공했습니다. 이 과정에 건설에 동원된 수많은 군인들이 각종 사고와 질병, 굶주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금강산 언제에서 안변청년발전소까지 연결된 40km의 지하 수로도 제대로 건설되지 않아 여러 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며 “그로 인해 안변청년발전소는 평균 설계 용량이 34만kw이나 지금은 20만kw의 전기도 겨우 생산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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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수로에서 물이 새어 밖으로 분출되는 모습. /구글 지도

또 소식통은 “물이 새는 것을 감추기 위해 안변군 문곡리의 지하 수로가 지나가는 산 중턱에 저수지까지 따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단천발전소에서는 이런 결함이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중앙의 거듭되는 지시”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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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수로에서 물이 새는 것을 감추기 이해 안변군 문곡리 산중턱에 건설된 댐의 모습 /구글 지도

한편 금강산 언제가 위치한 강원도 창도군에서 군사복무를 했다는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3일 “금강산 언제는 유사시 터뜨려 70억 입방의 물로 서울을 물바다로 만든다는 목적으로 건설되었다”며 “초기에는 언제의 물로 안변청년발전소를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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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완공된 안변청년발전소의 모습 /구글 지도

“그러나 장마철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수로 입구가 막히고, 가뭄 때에는 수로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 2012년 이후부터는 발전소를 돌리는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순수 유사시에 대비해 언제를 관리하고 있는 정도”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애초 단천발전소 건설이 시작될 때부터 4년이라는 짧은 공사기간 때문에 자칫 안변청년발전소 꼴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면서 “이를 의식해서인지 중앙에서도 건설의 질을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고 수시로 건설 관리자들을 독촉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2017년에 시작해 2020년까지 완공한다던 단천발전소는 벌써 공사기간을 3년 이상이나 넘겼다”며 “그럼에도 중앙에서는 공사기간을 독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단천발전소가 언제 준공식을 가지게 될지 명백치 않다”면서 “4월 10일경에 철저한 점검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을 보면 준공식까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